[김황식 총리 내정] 공정사회 이미지에 부합 지역화합 고려… 野도 우호적

입력 2010-09-16 21:53

이명박 대통령이 김황식 감사원장을 총리로 내정한 배경은 ‘공정 사회’라는 콘셉트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도덕성과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낙마한 이후 법조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후보자군을 물색해 왔다. 공정 사회를 위해서는 법조계 인사로 갈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정권 핵심부에서 어느 정도 형성돼 있었다는 얘기다.

김 내정자는 일찌감치 후보군에 올라 있었다. 다만 전임 정운찬 전 총리에 이어 김 내정자도 군 면제자라는 점이 부담으로 계속 작용했다. 실제 청와대는 김 내정자를 후보군에 올려놓은 상태로 제3의 인물을 찾기 위해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딸깍발이 판사’로 유명한 조무제 전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등이 한때 거론됐던 이유다. 김 내정자의 군 면제가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국민정서상 괜찮겠느냐’는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 사회 이미지에 맞으면서도 국정 운영 경륜이 있으며,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여러 가지 조건에 김 내정자가 가장 부합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김 내정자는 현 정부 출범 직후 감사원장으로 임명돼 2년간 재직하며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김 내정자가 2005년 대법관, 2008년 감사원장 후보자 자격으로 국회 인사 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한 만큼 도덕성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고심을 거듭하던 이 대통령도 결국 김 내정자로 마음을 굳혔다. ‘새로운 인물’보다는 ‘안정적인 인물’을 선택한 셈이다.

이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발탁한 또 하나의 이유는 국회, 특히 야당과의 관계다. 김 내정자는 전남 장성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김 내정자를 통해 지역 간 화합을 내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게다가 민주당도 김 내정자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난 7일 국회 법사위에서 김 내정자에게 “(총리) 청문회 준비하고 계십니까”라고 물어보면서 ‘훈수’를 두기도 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박 대표가 여권에 내정과 관련된 ‘힌트’를 준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계의 반발도 없을 듯하다. 김 내정자의 경우 40대 김태호 총리 후보자 발탁 당시 나왔던 ‘차기를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여지가 별로 없다. 돌파형이라기보다는 관리형 총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김 내정자를 통해 공정 사회를 더욱 강조하는 국정운영이 가능해진다. 현 정부에서 한승수 초대 총리는 실무 보좌형에 가까웠고, 2대 정운찬 총리는 ‘중도실용’과 ‘충청권’을 상징했다. 이번 김황식 총리 내정은 공정 사회와 호남권을 동시에 노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