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겨냥 ‘십자포화’… 불붙은 지구촌 ‘통화大戰’

입력 2010-09-16 21:31


동아시아가 ‘글로벌 통화전쟁’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16일 일제히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를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 경제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엔화 독주 막아라=일본 정부가 15일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 가치를 끌어내린 것이 비난의 대상이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재무장관회의 의장이 “일본의 단독 시장 개입은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전했다. 미국 자동차정책협회는 재무부에 일본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미 상하원에서 열린 경제 관련 청문회에서도 일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이 오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환율을 무기로 삼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 언론은 “일본이 엔화 강세로 너무 많은 상처를 받은 만큼 환율 개입은 옳았다”는 조지 소로스의 발언을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정부의 환율 개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연말까지 외환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40조엔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이 15일 투입한 자금은 2조엔(약 27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가 표적=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도 결국 중국과의 수출 경쟁 때문이었다. 이점에선 미국과 유럽도 동병상련이다. 미 피터슨연구소의 데트 트루먼 연구원은 FT에 “중국을 때리려면 우리와 같이하자고 일본에 충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15∼16일 위안화 청문회를 열고 관련 법안을 심의했다. 이 법안은 환율을 인위적으로 저평가한 국가에 대해 미국 정부가 특별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의원 133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11월 중간선거로 올해 법 통과가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도 심의가 이어질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유럽도 일본, 미국과 공조를 원한다. 영국 영란은행 머빈 킹 총재는 최근 한 연설에서 “국제 협력을 통해서만 위안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환율 체계를 계속 개혁해 왔다”면서 “경제 문제는 평등한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한국에도 불똥?=일본과 중국의 환율 정책이 세계 여론의 표적이 되면서 한국도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있다. FT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왔다”고 지목하면서 “특히 수출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은 엔화 변동에 민감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원화 환율이 엔화·위안화와 같이 움직이는 것도 부담이다. 엔화는 달러·유로를 대체할 안정 자산으로, 위안화는 중국 성장세를 배경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이를 수출 경쟁력 확보에 활용할 틈도 없이 원화 동반 강세의 부담을 떠안아야 할 입장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