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 내정] 생일에 감사원장 취임·총리 내정… 판사 시절엔 무죄추정원칙 엄격 적용

입력 2010-09-16 21:53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한 법과 원칙.’



법조계에서는 김황식(62) 국무총리 내정자의 38년 공직생활의 모토를 이렇게 해석한다.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진 그는 법치주의 실현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 특히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사회정의 실현에 관심을 기울여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내정자는 2004∼2005년 광주지법원장 재직 시절 직원 및 민원인 등과 소통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이메일로 직원들에게 보냈다. 직원들은 이를 책으로 묶어 퇴임할 때 선물했다. 광주지방법원이 소재한 동네 이름에서 제목을 딴 ‘지산통신(芝山通信)’이다.

김 내정자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 이상으로 증폭돼 있는 갈등 구조를 해소해서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총리직 제의를 고사했던 이유에 대해 “더 좋은 사람이 총리를 맡아야 된다는 충정이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1974년 9월 서울 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된 이래 정통 법관코스를 밟아 2005년 11월 대법관에 올랐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무죄 추정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판결을 선고해 왔다. 공안사건 등에서는 보수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대법관 시절에는 상지학원 판결 주심으로 이름을 알렸다. 스스로도 국가의 사립학교 감독권한 한계를 제시한 상지학원 판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는다. 2008년 감사원장을 맡은 뒤에는 사교육비 경감이나 주거 복지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정책 효과 점검에 주력했다.

그가 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16일은 음력 8월 9일로 그의 62번째 생일이다. 감사원장에 취임했던 2008년 9월 8일은 회갑일이었다. 또 대법관 취임 이후 임기(6년)의 절반을 채 마치지 못하고 감사원장에 임명된 데 이어 또다시 감사원장의 임기(4년)를 절반만 수행하게 되는 이색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내정자는 부인 차성은(60)씨와 함께 1남 1녀를 두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