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과 함께하는 조각전’ 참가 조각가 김선구씨 “역동적인 말 조각 보고 힘 얻으세요”
입력 2010-09-16 19:32
세종문화회관 입구 광화문광장에 지난 15일 역동적인 모습의 말과 소 청동조각 4점이 들어섰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힘이 넘치는 조각 작품을 관람하며 사진촬영을 하는 등 벌써부터 도심 속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조각전’을 마련한 세종문화회관 측의 요청으로 작품을 설치한 주인공은 조각가 김선구(51)씨.
세종문화회관이 김씨의 조각을 광화문광장에 설치키로 한 것은 작가의 국제적인 지명도도 고려됐지만 조각으로서 완성도가 높고 역동적이기 때문. 에너지가 터질 듯 분출되고 선과 양감이 다이내믹해 시민들에게 모처럼 미술 감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Full of energy’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은 하나같이 폭발적인 기상을 자랑한다.
부산대 미술교육과를 거쳐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나온 김씨는 1986년부터 스승인 최기원 교수의 연구실에서 11년간 도제수업을 받으며 88년 미술대전 특선, 89년 서울현대조각공모전과 92년 오늘의 한국미술전 대상 등 각종 조각공모전을 휩쓸었다. 그리고 95년 일본 이와테 현의 경마조합회가 주최한 ‘국제말조각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역량을 세계에 알렸다.
당시 공모전에는 1억5000만원의 상금이 걸려 세계 각국에서 160여명의 쟁쟁한 작가들이 경합을 벌였으나 김씨는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았다. 수상 이유는 “어떤 미술사조에도 속하지 않는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솔직히 대상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NHK 방송 뉴스를 보고 수상 사실을 알고는 꿈인가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2003년 서울 인사동 선화랑 전시에 이어 2004년 베이징 아트페어, 2005년 상하이 아트페어 및 독일 쾰른 아트페어에 참여해 출품작이 모두 팔리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2005년 상하이 야외조각비엔날레에서는 상하이문화발전기금에서 작품을 전부 구입했으며, 상하이 원밍공원과 강타이그룹 광장을 비롯해 마카오 타시광장 등에 대형 말 조각과 황소 조각을 설치해 각광받았다.
이번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그의 조각은 특유의 독창성과 치밀한 구성을 살린 작품으로 오가는 시민들에게 강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선사한다. 김씨는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많이 오셔서 힘을 얻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그의 작품은 다음 달 10일까지 7년 만에 국내 개인전을 갖는 선화랑(02-734-0458)에서도 볼 수 있다.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