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채소·과일·생선 값에 서민들 “장보기 겁나”… 추석 경기 ‘반 토막’
입력 2010-09-16 18:06
“올 추석 경기는 완전히 반 토막 났습니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아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잦은 비와 무더운 날씨로 농작물 작황이 좋지 못한 탓에 채소와 과일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면서 서민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덩달아 전국에 산재한 재래시장 상인들도 장사가 안 된다며 울상이다.
16일 대구 칠성시장은 추석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다소 북적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그만 봉지 한두개만 들고 있었고 큰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부 한경애(53)씨는 “귤 5개를 7000원에 샀다”며 “과일은 물론이고 채소도 한 달 전보다 배 정도 오른 것 같아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전체 5000여개의 점포 가운데 70%가 의류관련 점포인 대구 서문시장에서도 예년의 추석 분위기는 찾기 어려웠다. 경북 최대의 재래시장인 포항 죽도시장 역시 너무 오른 물가 때문에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가격만 확인할 뿐 구입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삶은 문어를 판매하는 김시열(46)씨는 “문어 가격이 지난해보다 배가량 올랐지만 줄어든 어획량 탓에 매입가도 크게 올라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에서 대목장을 보기 위해 일부러 죽도시장을 찾은 최수일(49)씨는 “죽도시장 수산물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왔는데 문어 2㎏에 9만원이라는 상인들 말에 장보기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호남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광주 양동시장도 썰렁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차례용품 가격만 물어보고 “너무 비싸다”며 푸념만 할 뿐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
주부 박영순(58)씨는 “병어 한 마리가 1만원이 넘어 살 엄두가 안 난다”며 “치솟은 과일 값을 생각하면 추석 쇨 일이 막막하다”고 한숨 쉬었다.
강원도 춘천 중앙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장보기에 나선 시민들은 점포를 기웃거리며 가격만 물어볼 뿐 정작 물건을 사지 않았다. 떡 가게를 운영하는 임영자(53)씨는 “재래시장 상품권이 아니면 하루 1만원 벌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동문시장 생선가게 주인 홍영자(67)씨는 “예전엔 추석 대목이면 한꺼번에 옥돔 10마리씩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2마리나 3마리 등 필요한 만큼만 사간다”며 “추석 경기가 완전히 반 토막”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최대의 재래시장인 부산진시장과 대전 중앙시장, 전주 남부시장 상인들도 “올 추석 매출이 예년의 절반 정도”라며 “소비자들도 상인들도 다 힘든 추석”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국종합=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