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全大 빅3에 듣는다-② 정동영 상임고문] “사회복지 부유세 도입 담대한 진보 길 걷겠다”

입력 2010-09-16 21:55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 당권 도전에 나선 정동영 상임고문은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집권의지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집권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집권전략은 ‘담대한 진보’와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사회복지부유세 도입’으로 요약된다. 집권전략을 설명하는 정 고문의 말투엔 자신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대선 패배-탈당-복당’으로 이어진 과거를 얘기할 때는 한껏 자세를 낮췄다. 인터뷰는 대구시당 대의원대회가 열린 1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이뤄졌다.

-당이 중도개혁주의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강령을 바꾼다고 하는데.

“방향은 맞는데 좀 더 담대할 필요가 있다. 왜 진보라는 말을 넣기를 두려워하나. 김대중(DJ) 총재 당시 중도개혁주의를 채택했다. 개혁은 사실 진보다. 이제 포장지를 뜯자는 것이다. 개혁 속에 들어 있는 진보를 드러내자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도 프랭클린 루스벨트 시절 노동자 권리와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면서 진보적으로 변신한다. (보수적인) 남부가 지지기반이었던 민주당이 대공황을 계기로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담대한 진보로 가야 한다.”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데.

“야당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체성을 담대한 진보로 정하고, 사회복지를 위한 부유세 도입을 당론으로 하자는 것이다. 당원 86%가 (부유세 도입을) 찬성한다.”

-당 개혁 방안은.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 당으로 구조 개편하겠다. 집권하기 위해서는 당원 열정에 불을 붙여야 한다. 제 집권전략의 1번은 당원 지지자에게 자부심을 돌려주자는 것이다. 19대 총선 공천에 당원 참여 기회를 보장할 것이다.”

-기존에는 당원 중심이 아니었다는 것인가.

“기존 당 구조는 하향식이었다. 지방선거 공천도 몇 명이 주물럭거린 것 아닌가. 700명이 공천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며 승복하지 못했다. 폐쇄적이고 사당화돼 있는 당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대선에서 실패했는데.

“물론 저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참패했다. 그러나 그가 3년 동안 해온 것 대부분이 실패했다. 그는 더 이상 선진화를 얘기하지 않고 공정사회를 말한다. 세종시 수정안 역시 폐기됐다. 4대강 사업도 국민의 70%가 반대한다. 대북 강경정책 역시 실패했다. 이 대통령은 당장 실패를 자인하고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로 집권했는데 3년이 지난 후 이제 ‘되찾고 싶은 10년’이 돼가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것을 볼 때 대선에 참패했지만 내가 주장하는 가치와 비전과 대안은 옳았다는 생각이다.”

-현 정부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현재 중국은 동북4성 경제권을 만들려고 한다.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3성에 북한성을 끼워 넣겠다고 한다. 창춘(長春)에서 두만강까지 고속도로를 놓고 있다. 중국의 소망이었던 동해 진출 문제를 북한이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면 북한을 잃어버린다. 남북한 경제공동체로 가야 한다. 이 대통령이 제2개성공단을 이야기하는데 그 마음이 진짜라면 개성공단 1단계, 즉 100만평 중 인프라만 조성돼 있고 입주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70만평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쌀 50만t을 주고 남북대화를 재개하면 지난 3년의 실패를 벌충해갈 수 있다.”

-야권 연대 복안은 있나.

“DJ는 2년 전에 정세균 전 대표를 불러서 7할을 주더라도 연합하라고 말하셨다. 전국 단위 연합을 했으면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이겼을 것이다.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현 정부 대북정책처럼 마지못해 밀려서 하는 게 아니라 주도하는 연합을 했어야 한다. 내가 대표가 되면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수권 준비태세위원회를 만들고, 야권 통합과 연대를 위한 상설협의체를 만들자고 야4당에 제안하겠다.”

-탈당 전력 비판이 있다.

“제가 전대 연설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풍찬노숙(風餐露宿)하다 돌아온 큰아들’이라고 항상 말한다. 고생해본 자식이 효도하듯이 어려운 집안을 일으켜 세우겠다.”

-판세를 어떻게 보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달 전에는 3등 한다고 나오다가 7·28 재보선 뒤에 2등, 대의원 확정한 최근에는 1등이다. 제가 보는 추세도 마찬가지다.”

대구=한장희 강주화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