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실무회담 제의… 정부 “속내 뭐냐” 신중

입력 2010-09-16 18:13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대북 전단 살포 등을 논의할 남북 군사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함에 따라 정부가 검토에 들어갔다. 남북 군사실무회담은 2008년 10월 2일 개최된 이후 2년 동안 열리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16일 “북측이 전날 오전 서해지구 군 통신망을 통해 오는 24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에서 ‘쌍방 간 군사적 합의이행에 따른 현안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하자는 전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북측이 언급한 현안문제는 서해상 우발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를 의미한다. 남북은 2004년 6월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와 해상 훈련 등에 관해 논의하자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관 기관과 함께 수용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0일 북측의 적십자 실무접촉 제의 다음날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이번 제안에는 신중 모드를 취하고 있는 것은 북측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시인 및 사과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실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해 지원 등을 위한 인도주의적 성격의 적십자 접촉과 군사접촉은 의미가 다르다는 판단이다. 정부로서는 예상되는 국내 보수층의 반발도 부담이다.

특히 국방부는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제안과 북·유엔사 대령급 실무회담에 이어 남북 군사실무회담까지 제안하고 나선 데 대해 “모종의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쪽으로는 대남 유화국면을 조성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는 상투적인 대남 전술일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회담이 열릴 경우 북측은 회담장에서 우리 측의 해상 훈련과 대북 전단 살포 등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천안함 사태 책임을 남측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군사실무회담을 연 의미는 크게 퇴색된다.

반면 북측의 회담 제의를 수용해 군사적 긴장도가 심화된 남북 관계에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군사회담을 통해 북측이 위반한 군사적 신뢰조치 합의사항을 지적하고, 천안함 사태 책임과 사과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편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군사대표부는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제5차 대령급 실무회담을 열고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정전협정 문제를 다룰 장성급 회담의 개최 시기 등을 논의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