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고교등급제 1심 판결 후폭풍… 특목고생 “오히려 역차별”

입력 2010-09-16 18:20

고려대가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실시했음을 인정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오면서 교육당국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험생과 교사들 사이에서도 고교등급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당국 일단 관망=대학의 입시 전형을 관리·감독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일단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와야한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16일 “확정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교육당국은 후속 조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교협의 ‘대입전형 기본사항’에는 ‘초중등 교육 정상화 및 공정하고 합리적인 학생 선발을 위해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는 실시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는 사실이 확정되면 징계는 불가피하다. 대교협 관계자는 “고교등급제가 사실로 확정되면 전형위원회 및 윤리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며 “징계 수위는 대교협 회원 자격 박탈에서부터 사업 예산 지원 삭감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교과부는 대교협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통보받으면 대학 모집인원 감축 등의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일선 학교도 논란=법원 판단에 대한 특목고 학생과 일반고 학생의 인식 차는 컸다. 서울의 한 일반계 여고 3학년 이모양은 “불합리한 제도임에도 ‘영업비밀’이라며 내신 산출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고려대가 의심스럽다”며 “법원에서는 학생에게 배상하라고 했지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입시과정을 돈으로 보상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서울의 한 외고 3학년 김모양은 “이번 일에 특목고가 이야기되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다”며 “오히려 외고생들이 역차별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수험생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사이트에도 ‘지방에 있는 일반고는 내신 좋은 애들도 특목고 애들보다는 떨어진다’ ‘일반고 1등이 외고 6∼7등급보다 꼭 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등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외고 등 특목고들은 고교등급제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자신들에게까지 옮겨 붙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학생 평가 시스템의 재검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서울의 한 외고 교장은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하고 고교등급제는 시정돼야 마땅하다”면서도 “특목고 학생의 내신 불이익은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외고 교사도 “특목고생을 대놓고 우대한 것은 고려대의 치명적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임성수 김수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