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정윤희]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입력 2010-09-16 17:46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행복해?”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이외수 작가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에서 살고 있었다. 강원도 화천시가 마련해 준 ‘감성마을’ 촌장으로 살아가는 작가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마을이라고 하지만 오도가도 못하는 깊숙한 산골짜기에 덩그러니 집 한 채뿐이다. 이런 곳이야말로 꿀맛 같은 평온을 누릴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곳이련만 세상과 금을 그어놓고 살기에는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나도 어쩔 수 없는 도시사람인가 보다.

시대의 아이콘인 작가는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처럼 살고 있다. 첩첩산중에서 사는 작가가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트위터다. 초로의 나이에 32만명의 팔로우를 거느리고 있으니 작가 스스로 말하듯 ‘기인’이다. 작가는 “애정이 풍부해서 사물이나 사람이나 보는 것들마다 예쁘고 아름다워 보이니까 정신적으로 부자이고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예술은 행복에 이르는 길잡이가 되어 준다. 정신과 물질이 균형이 잡혀 있을 때 행복에 이를 수 있는데 예술이 그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 사회가 우울증 환자가 많아지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정신과 물질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에요.”

행복이라는 감정은 워낙 주관적이어서 어떤 상태가 행복한 상태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자신의 성격을 고치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라는 이 작가의 말을 듣고 스튜어트 매크리디가 지은 ‘행복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이 책은 3000여년의 역사 속에서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추구하고 탐구해 온 기나긴 여정을 철학, 종교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통찰까지 두루 섭렵해 담았다.

작가를 만나고 돌아온 나는 책을 펼쳤다. 읽으면서 밑줄을 그어놓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행복과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개인의 성격이다. 타인과 함께 있는 상태를 얼마나 쉽게 즐길 수 있는가, 또는 짜증스러운 일에 얼마나 쉽게 고통을 받는가. 우리는 행운이나 불운에 영향을 받지만 운의 변화에 익숙해지면 누구나 자기가 타고난 행복 수준을 되돌아가는 것 같다. 주위 환경에서 행복에 가장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남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자신의 일에 흥미를 느끼고, 여가에 정말로 만족스러운 일을 하면 우리는 더 행복해진다.”

고대나 21세기 디지털 시대나 행복은 살아가는 이유이고 삶의 종착지인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행복해지길 바란다. 자신은 불행한데 행복하게 웃는 소리를 듣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듣고 놀랍기도 했지만 참 슬펐다. 행복하다는 표현조차도 마음껏 할 수 없는 삭막한 세상인가라는 생각에 누군가 나에게 물었던 “행복해?”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새벽에 창가로 내려앉는 풀벌레 소리가 청량하다. 바람이 흰 살결처럼 보드랍다. 어느덧 가을이 우리 귓가에서 머문다. 이 계절을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리라.

정윤희(출판저널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