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 앞세운 포퓰리즘 경계해야
입력 2010-09-16 19:52
정부가 서민 지원예산을 대폭 늘린다. 어제 정부는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중산·서민층 보육료 전액 지원, 전문계 고교생 무상교육, 다문화가족의 정착 및 자립 지원 등을 ‘2011년 예산-서민 희망 3대 핵심과제’로 정하고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33.4% 증액한 3조7209억원으로 편성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정부는 가난을 덜어주는 정책과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긍정적 정책을 함께 펴겠다”고 말했다. 지극히 옳은 지적이다. 최근 거시경제지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윗목 경기, 이른바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인식이라 하겠다.
정부가 서민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당장 재원조달이 걱정이다. 특정 분야 예산의 추가 투입은 다른 쪽 예산의 축소를 뜻하는데 그에 대한 조율이 불확실하다. 예산이란 지출 의도만 앞세우면 재정건전성이 위협 받을 뿐이다.
지원 대상이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보육비 무상지원 기준이 기존 월 소득 258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바뀐다고 하는데 과연 타당한 기준인가. 그간 야당에서 무상급식을 주장했을 때 부자 자녀에 대한 무상급식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던 정부·여당의 태도가 왜 갑자기 바뀐 것인지도 의아하다.
소득 상위 30%의 고소득층을 제외한 그룹을 하나로 뭉뚱그려 대책을 마련할 필요는 없다. 맞벌이 가구에 대해 부부 합산소득 월 600만원까지 무상보육을 실시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서민을 앞세우면서 중산층까지 포괄하려는 의도는 과잉지원을 낳고 그것은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를 3대 7로 나눌 셈인가.
차제에 친서민에 대한 개념규정부터 확실히 해야 마땅하다. 지금 정부가 즐겨 거론하는 서민은 막연할 뿐 아니라 국민정서에 편승한 용어다. 경제정책을 모색하려면 좀더 치밀하게 대상을 규정하고, 지원 방식과 예산 조달책이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게 아닐까. 친서민도 중요하지만 원칙 있는 정책 대응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