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리 내정자 검증 잣대는 국정 능력

입력 2010-09-16 19:53

이명박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에 김황식 감사원장을 내정한 것은 비 정치적인 인물을 내세워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사 표시로 분석된다. 김 내정자는 전남 장성 출신으로 대법관을 지냈으며, 올해 62세다. 지난달 대선 예비후보군에 속한 48세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내정한 것과는 전혀 다른 콘셉트다.



김 내정자를 발탁한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김 전 지사 낙마로 임기 후반기 국정을 힘차게 시작하는 데 차질을 빚은 이 대통령으로서는 청문회 통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김 내정자는 2005년 대법관 지명 때와 2008년 감사원장 지명 때 청문회를 별 어려움 없이 통과했다. 김 내정자가 호남 출신이란 이유로 총리 후보 하마평 때 민주당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 또한 그를 중용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사 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이 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물 검증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김 내정자는 감사원장 청문회 때 본인의 병역면제, 장남에 대한 부당소득공제, 증여세 신고 누락 등 몇 가지 지적을 받았지만 임명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도덕성에는 큰 하자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정수행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도록 헌법(제86조)에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궐위 때 권한대행을 맡게 돼 있으며,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 건의권도 갖고 있다. 감사원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도의 통합 조정 및 위기 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인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내정자는 다양한 사법행정 경험이 있는데다 국정 전반을 조망하는 감사원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종합적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온화하면서도 무색무취한 성격의 소유자다. 임 실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렵다. 국회가 이번 청문회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