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총회장서 만난 전 WCC회장 로이스 윌슨 목사 “WCC부산총회는 통일에 큰 도움”

입력 2010-09-16 20:35


“세계교회협의회(WCC) 2013년 부산 총회는 다름 아니라 한반도의 통일에 도움이 되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세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제95회 총회가 진행 중인 지난 15일 강원도 원주 행구동 영강교회에서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가진 캐나다인 로이스 윌슨(83·여) 목사를 만났다. 현재 토론토신학대학 대학원에서 종교학 등을 가르치고 있는 윌슨 목사는 WCC 회장, 캐나다연합교회(UCC) 총회장, 캐나다 상원의원 등을 지낸 인물이다. 그 자신은 이런 이력보다도 “나는 광주민주화항쟁 직후 처음 광주를 방문한 외국인”이라는 점을 더 강조했다.

1981년 UCC 총회장으로서 WCC의 제안에 따라 한국을 찾았던 윌슨 목사는 당시 한국 정부가 서울 안에만 머물기를 권했음에도 “그렇다면 더욱 가야겠다”고 우겨서 광주를 방문했다. “그때 저를 안내했던 기장 소속 목사님은 그 일로 옥살이를 했다”고 안타까워하며 그는 “셀 수도 없이 늘어서 있던 희생자의 무덤들, 죽은 자녀의 사진을 보여주며 눈물 흘리던 부모들의 모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캐나다로 돌아간 후 윌슨 목사는 보고 들은 것을 세계 교회에 전하려 백방으로 애썼다. 교회, 교단 신문에 쓴 리포트는 캐나다뿐 아니라 WCC 총회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로도 알려져 상당한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윌슨 목사는 그 인연으로 2000년 광주민주화항쟁 기념행사 때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다시 광주를 방문했다. 그때를 회상하며 “횃불을 들고 금남로를 걸었는데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만찬 중에 김 대통령이 우리 테이블에 오셨을 때 저에게 말을 거셨어요. 제 직함과 이력을 봐두셨는지 ‘1981년 광주에 가셨을 때도 상원의원이었습니까?’라고 물으셨어요. 저는 ‘아니오. 그때는 아니었지요. 대통령께서도 그때는 대통령이 아니셨고요. 감옥에 계셨지요’라고 답했어요. 대통령께서 유쾌하게 웃으시던 생각이 납니다.”

윌슨 목사는 그 이후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2001년 상원의원에서 정년퇴임한 후에는 ‘북한과 캐나다’라는 이름의 NGO를 만들었다. 당시 북한과 교류하고자 했던 캐나다 정부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북한 주민과 캐나다인의 상호 방문과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북한 산림 조성과 농업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는 일을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윌슨 목사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2013년 WCC 부산 총회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에서의 총회 개최는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는 점을 거듭 밝혔다.

“서방에서는 사실 한국의 상황에 대해 잘 모릅니다. 한국이 열강들 사이에 끼여 얼마나 힘든 근현대사를 지나 왔는지, 남북 분단이 얼마나 큰 비극인지, 북한 주민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세계 교회가 와서 직접 봐야 합니다. 그러면 의견이 생기고 발언이 나오게 됩니다. 세계 교회는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어요. 강대국들조차 움직일 수 있는 힘이지요. 그 힘을 잘 활용하세요.”

구체적으로는 총회에 참석한 세계 교회 지도자들을 비무장지대(DMZ)로 안내하고, 조선그리스도교연맹 대표를 초청해 만나게 하자는 등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교회 대표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해야 한다”면서 “무척 재미있을 것”이라고 눈을 반짝이기도 했다.

또한 이번 총회를 교파 간, 종교 간 대화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부산 총회 개최에 한국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적극 참여한다고 들었다면서 “정말이냐?”고 반문한 윌슨 목사는 “엑설런트!”를 연발했다. WCC로서는 오순절 교회의 참여가 아주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라는 설명이다.

기장 총회에 참석한 소감을 묻자 여러 가지를 칭찬한 끝에 “다만 여성들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번 기장 총회에서는 한국 교단 최초로 여성 총대 비율이 의무화된다고 전하자 반가움을 표했다. 다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15% 의무화라고요? 너무 적네요. 뭐라고요? 15%가 아니라 5%라고요? 오, 마이 갓…”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교회를 보세요. 여성들이 훨씬 많지 않습니까? 사실 50% 의무화라 해도 적은 비율이지요. 제가 1983년에 WCC 회장에 올랐을 때조차도 6명 중 3명이 여자였습니다.” 지난 10일 입국, 17일까지 한국에 머문다는 윌슨 목사는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조금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고 했다. 그는 “제 건강에 대해서는 걱정 마시고 2013년 부산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인사를 밝은 미소와 함께 전했다.

원주=글·사진 황세원 기자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