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네 5남매, 그 가난한 시절의 행복

입력 2010-09-16 17:27


복실이네 가족 사진/노경실/어린이작가정신

가난하던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복실이네 가족과 이웃들이 힘들지만 서로 의지하며 따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복실이는 5남매 중 첫째 딸이다. 여동생 연실이 세실이 남실이와 남동생 훈이가 있다. 복실이는 늘 엄마에게 불만이 많다. 엄마가 복실이와 여동생들에 비해 외아들 훈이를 눈에 띄게 편애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막내 여동생 남실이는 딸이라고 돌잔치도 해주지 않았으면서 훈이의 돌이 되자 다 같이 가족 사진을 찍으러 간다. 사진을 찍으면서 작은 사건이 일어난다.

가족 모두 찍은 줄 알았던 사진에 남실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남실이가 카메라 앵글에 들어가기 전에 사진관 아저씨가 셔터를 눌러버린 것이다. “보세요. 우리 남실이 얼굴이 없잖아요. 그리고 복실이는 이게 뭐냐?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있고.” 잔뜩 화가 난 엄마를 달래려고 아버지는 돌 때 찍은 남실이 사진을 오려서 엄마 옆에 밥풀로 붙여 놓는다.

비록 가난한 살림이지만 남매는 구김살 없이 자란다. 다 같이 전차 구경도 가고, 골목길에서 설탕을 부풀려 만든 찍어먹기를 사 먹고, 옥수수 빵을 나누어 먹기도 한다. 동네 만화방에 있는 텔레비전을 보러 다 같이 손을 잡고 놀러가기도 한다.

어느 날 남실이가 폐렴이 걸려 몸져눕는다. “큰 언니, 나 오래 살 수 있을까? 큰, 큰언니, 나, 나, 약,약 줘.” 하지만 남실이는 알약을 입에 넣은 채 숨을 거두고 만다. 엄마는 눈물이 마를 정도로 운 다음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내가 나쁜 엄마야, 셋째 딸이라고 이름도 사내 남 자를 써서 지었지. 백일잔치, 돌잔치도 안 해 줬어. 남실아 용서해라. 이 못난 어미를….”

비록 남실이는 떠나갔지만 그로 인해 가족끼리의 사랑은 더욱 깊어간다. 복실이는 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타고 세실이는 그림 대회에서 상을 탄다. 슬픈 일이 있으면 기쁜 일도 있다. 복실이네 가족 이야기는 가난한 옛 시절을 저절로 눈 앞에 불러온다. 집집마다 욕실이 없던 시절, 대중목욕탕에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를 맡기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다. 프랑스 앵코뤼티블 상을 받은 화가 김재홍의 그림이 돋보인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