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축구 승부조작 의혹 감독 2명 무기한 자격정지
입력 2010-09-16 21:16
고교축구에서 제기된 승부 조작 의혹으로 해당 고등학교 감독들이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동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는 16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SBS 고교 챌린지 리그에서 승부 조작 의혹이 제기된 포철공고의 박형주 감독과 광양제철고 손형선 감독에 대해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해당 팀에도 이번 시즌 챌린지 리그 및 연말 초중고 축구리그 왕중왕전 출전을 금지토록 했다.
오세권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기가 다른 경기보다 7분이나 늦게 시작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승부에) 고의성이 있었던 거 같다’는 심판진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조별 리그 순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늦게 시작해 상대팀 결과에 맞춰 경기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 간에 오고갔던 문자 메시지도 확인했다. 금호고 선수들과 광양제철고 선수 간에 오간 메시지에서는 승부 조작에 의혹을 묻는 금호고 선수의 질문에 “벌써 입소문이 났네”라는 광양제철고 선수의 답신 내용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해당 감독들이 의혹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이의 신청 과정을 거치는 등 당분간 잡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축구협회가 자체적으로 승부 조작 의혹을 적발하지 못하고 의혹 제기가 있은 후 조사가 이뤄진 점은 리그 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광양제철고는 지난 11일 포철중학교에서 열린 포철공고와의 고교축구 챌린지 리그 B조 최종전에서 1-0으로 앞서던 후반 34분부터 9분간 5골을 허용하며 1대 5로 패했다. 포철공고는 이날 대승으로 조 3위(6승 2무 4패 골득실 +7)를 차지해 왕중왕전에 진출한 반면 금호고(5승 5무 2패 골득실 +6)는 울산 현대고를 2대 0으로 꺾고도 골 득실에서 뒤져 3위까지 참가 가능한 왕중왕전 진출에 실패했다. 광양제철고는 최종전 결과에 따라 1위가 불확실한 상황이었지만 현대고가 지면서 대패하고도 조 1위를 기록했다.
금호고는 경기 후 같은 포스코 산하 프로구단 밑에 있는 광양제철고(전남 드래곤즈)와 포철공고(포항 스틸러스)가 승부를 조작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축구협회 등은 13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금호고 문병규 총동문회장은 “순수하게 기량을 겨뤄야 할 학생들의 경기에 막후에서 때 묻은 승부조작이 이뤄져 유감스럽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