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려대 사실상 고교등급제 적용”
입력 2010-09-15 21:32
고려대학교가 학교별 학력 차이를 점수로 반영하는 고교등급제를 사실상 적용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고려대는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지법 제6민사부(부장판사 이헌숙)는 15일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2-2 일반전형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수험생 24명의 학부모들이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학교 측은 위자료 70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고려대가 외국어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을 우대하기 위해 전형방식에서 고교별 학력 차이를 점수로 반영, 일반고 출신인 원고들의 자녀를 탈락시켰는지 여부다.
원고들은 “고려대가 소위 일류고 출신 지원자들을 우대하기 위해 이들의 내신등급을 상향 조정해 원고들의 자녀가 탈락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대는 “서로 다른 학교들 간의 차이를 지원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표준화 작업을 거쳐 내신등급을 보정했으며 이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려대가 의도적으로 일류고 출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고교별 학력 차이를 반영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시험이나 입학전형의 목적 등에 비춰볼 때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부당하여 재량권을 일탈 내지 남용한 경우에 해당돼 위법하다”고 밝혔다.
고려대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수험생 18명의 부모들은 지난해 3월 “고려대가 생활기록부상 성적이 더 우수한 학생을 탈락시켰다”며 1인당 1000만∼3000만원씩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원고가 늘면서 24명이 이번 소송에 참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고려대가 외고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부정을 저질러 당시 지원한 4만명이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것을 인정한 판결”이라며 “교육과학기술부 등 입시 제도를 지도·감독하는 상급기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또 “이번 판결을 계기로 수시전형에서 탈락한 학생의 추가 소송 등 후속조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