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가 허위공문서 작성… 경찰, 징계위조차 안열어

입력 2010-09-15 19:56

서울 일선 경찰서의 수사과 간부가 고발인에게 허위 공문서를 발송했다가 발각돼 고소당했다. 해당 경찰서는 이를 알고도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는 등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건축업자 조모(56)씨는 2007년 2월 “허위 분양계약서를 작성하고 세금계산서를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건축시행사 공금 2억여원을 횡령했다”며 D건축시행대행사 관계자들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사건을 접수한 김모(37) 경위는 2008년 7월부터 세 차례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사건처리 진행상황 통지’라는 공문서를 조씨에게 보냈다. 하지만 김 경위는 2008년 12월에야 사건을 정식 접수하고 지난 5월 사기 등 일부 혐의만 적용,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통보했던 것이다. 공무원의 허위 공문서 작성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다.

조씨는 지난해 5월 영등포서 청문감사관실에 진정했지만 김 경위에게는 ‘경고’보다 낮은 수준의 ‘특별교양’이라는 조치만 내려졌다. 조씨는 지난 6월 국가권익위원회를 통해 서울지방경찰청에 다시 진정했다. 서울경찰청의 민원을 접수한 영등포서 청문감사관실은 자체 조사를 벌여 “송치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며 김 경위에게 ‘직권경고’ 조치했다. 특별교양과 직권경고 조치 모두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기관장(서장)이 내리는 경미한 처벌로 근무평가에서 감점을 받는 수준에 불과하다.

조씨는 지난 13일 서울남부지검에 김 경위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했다. 영등포서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조사 결과 허위 공문서 작성이 사실로 밝혀지면 징계위에 회부할 수 있으며 해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