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힘! 초미숙아 살렸다

입력 2010-09-15 21:13


방글라인 이주노동자의 쌍둥이 자매 돕기 온정 물결

기자가 내민 엄지손가락 한 마디를 겨우 감싸 쥔 심나의 다섯 손가락은 따뜻했다. 심나는 한국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인 부부가 조산한 쌍둥이 자매 중 동생이다. 언니 이름은 세뚜. 자매는 15일 오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복도에서 체중과 키를 재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 품에 안긴 자매는 번갈아 하품했다. 쌍꺼풀 짙은 눈을 껌벅이고 틈틈이 칭얼댔다.

지난 5월 28일 임신 27주3일 만에 태어난 세뚜와 심나는 체중이 각각 640g, 1400g이었다. 갓난아이가 2.5㎏ 이하면 미숙아인데 자매는 합쳐서 2㎏이었다. 엄마 뱃속에서 피를 고루 나눠 가지지 못한 탓이었다. 쌍둥이를 임신한 엄마 리피 호새인(31)씨는 2개여야 할 태반이 하나밖에 없었다.

남들보다 13주 일찍 태어난 자매는 장기가 제 위치를 벗어났고 출생 후 이틀 안에 닫혀야 할 동맥관이 좀처럼 아물지 않았다. 곧장 인큐베이터로 옮겨진 자매는 수차례 수술을 받으며 고비를 넘겼다.

자매가 82일 만에 인큐베이터에서 나왔을 때 부부는 병원비 9602만764원을 감당해야 했다. 아빠 모를라주 라흐만(39)씨가 공장에서 받는 월급은 116만원이다. 라흐만씨는 고국에 있는 부친의 땅을 팔아 1000여만원을 공수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부부는 어눌한 한국말로 “도와 달라”며 병원 관계자들을 붙잡고 울었다. 쌍둥이는 1998년 결혼한 부부가 12년 만에 인공수정으로 낳은 첫 자식이었다.

라흐만씨 부부는 미등록 체류자여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지난달 9일 병원 신생아과 이병섭 교수가 이들 가족의 사연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는 140자 이내의 글과 사진을 올려 ‘팔로어(친구)’로 등록한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인터넷 대화 공간이다. 이 교수의 글은 팔로어를 갈아타면서 삽시간에 1000여명에게 퍼졌다. 돌풍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민들레 홀씨 같았다.

다음날 병원으로 전화한 여성은 “트위터에서 쌍둥이 사연을 읽었다”며 500만원을 내놨다. 그는 병원을 찾았을 때 신생아 집중치료실 앞에서 아기 엄마를 봤다고 했다. 이어 각지에서 아기 옷과 장난감, 쌍둥이 유모차, 기저귀 등이 배달됐다. 발송자는 모두 트위터로 소식을 접한 사람이었다.

기업이나 단체도 쌍둥이를 도왔다. 이주민건강보험협회에서 1000만원을 지원하고 교보생명과 아산재단 등이 수백만∼수천만원씩 보태면서 6450만원이 모였다. 병원은 먼저 퇴원한 동생 심나의 병원비 일부를 탕감했다. 동생보다 건강이 안 좋았던 세뚜는 지난 9일 퇴원했다. 1200여만원이 모자랐지만 재단 관계자가 보증을 섰다. 남은 병원비는 라흐만씨가 2년6개월 동안 나눠 갚기로 했다.

라흐만씨는 “한국에서 뺑소니로 다리를 다쳤고 아내는 공장에서 일하다 오른손 검지가 굽었어요. 안 좋은 일이 많았는데 이번 일로 한국에 대한 섭섭함이 고마움으로 바뀌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