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량환매 펀드들의 ‘반란’… 주가 1800선 오른 후 한풀이 하듯 2조원 유출
입력 2010-09-15 21:17
‘본전심리 앞에 투자심리가 살아날까.’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 대량 환매가 재개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4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2조520억원이 유출됐다. 지수가 1818.86으로 1820선 턱밑까지 올랐던 13일에는 하루 사이 5342억원이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가 펀드 통계 집계 이후 지난 7월 15일(6555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피지수 1800선 이상에서 빠져나갈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규모를 20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2007년 1800대, 1900대에서 유입된 펀드 자금이 각각 10조3000억원, 8조4000억원이기 때문이다.
펀드 대량 환매 행렬이 예상되면서 2년3개월 만에 박스권을 뚫고 ‘날개’를 단 증시가 발목 잡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 향방이 투자자의 본전심리와 투자심리의 싸움 결과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다음주로 다가온 추석과 외국인 매수세,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을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았다.
현대증권 유수민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1800 돌파가 27개월 만이니 2년 넘게 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들의 환매 욕구는 어느 때보다 강할 것”이라며 “본전 환매를 가정할 경우 1800선 이상에서의 펀드 설정액 20조원가량이 소화돼야 하는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추석 시즌은 자금 수요 측면에서 펀드 환매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펀드 환매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당장 증시에는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국내 주식을 하루에 2000억∼6000억원가량 사들이며 증시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미국의 더블딥(이중 침체)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내 주식 매수세를 늘리고 있다. 여기에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투자심리가 살아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펀드에서 나간 돈이 랩어카운트(Wrap Account·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계좌)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증시 주변으로 다시 유입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랩어카운트 잔액은 3월 말 22조원에서 7월 말 29조7000억원으로 넉 달 새 7조7000억원 증가했다. ELS도 발행액이 최근 두 달째 2조원을 웃돌고 있다.
삼성증권 이민정 연구원은 “펀드 환매가 문제가 아니라 환매한 돈이 다시 증시로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면서 “펀드 환매 자금이 대규모 신규 자금 유입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