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K계열 전투장비 사고 원인규명 감감… 軍 무기체계 검증능력 ‘구멍’
입력 2010-09-15 18:08
군이 명품무기라고 자랑했던 보병전투장갑차 K-21의 침수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 이상이 지났지만 사고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달 6일 발생한 K-1 전차 포신 파열 원인도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아 군의 무기체계 검증능력도 부실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15일 국방부에 따르면 1985년 이후 9차례 있었던 K-1 전차 포신 사고 가운데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사고는 포강 내 수입포(포신을 닦는 헝겊)가 미처 제거되지 않아 발생했다. 그러나 나머지는 포강 내 이물질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뿐 분명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군은 지난달 사고 발생 직후 육군본부와 정비기술연구소, 재료 분야 전문가 등으로 조사단을 구성, 포강 내 이물질에 의한 파열 가능성과 포신 재질 및 내구성 미흡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2005년 발견된 K-1 전차의 변속기 결함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군은 당시 1329대의 변속기를 점검해 102대의 고장을 확인, 77대는 정비했고 결함이 심각했던 25대는 정비창으로 보냈다. 군은 같은 해 11월 원인규명을 위해 K-1 전력화를 중단했다가 2006년 3월 설계 및 제작상 결함이라고 볼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전력화를 재개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감사원에서 변속기 결함을 지적하자 올 들어 다시 생산이 중단됐다.
K-9 자주포도 2005년 7월부터 현재까지 엔진 38점에서 실린더에 구멍이 뚫리는 캐비테이션 현상이 발생했지만 원인을 놓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당초 군은 전용부동액이 아닌 일반부동액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용부동액을 사용한 경우에도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뒤늦게 부동액 교체주기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2월 K-21 침수사건은 도하훈련이 실시되는 지역에 물웅덩이가 있었지만 조종수가 이를 미처 알아내지 못해 발생했다. 사전 교육이 있어야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날 사고원인 조사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K계열 전투장비 사고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내용에 알맹이가 없어 빈축을 샀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