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수년전 ‘돋보기 검증’ 거쳤다고 ‘현미경 청문’ 통과할까
입력 2010-09-15 18:18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후 국회 인사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느냐 여부가 후임 총리 인선의 첫 번째 조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인사 청문회 통과를 자신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 찾기가 쉽지 않아 청와대는 이미 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는 전·현직 장관 및 대법관 출신들을 유념해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 경험만으론 통과 장담 못해=15일 현재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안대희 대법관과 김황식 감사원장,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딸깍발이 판사’로 유명한 조무제 전 대법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에 한 번 청문회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총리 후보자 청문회의 ‘무사통과’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정’이라는 표어가 사회를 휩쓸고 있는 만큼 과거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안이 부각될 수 있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는 기자와 만나 “총리 청문회는 장관 청문회와는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총리와 장관급은 위상 자체가 틀린 만큼 도덕성이나 자질 검증의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장관급의 경우 청문회를 하루만 실시하지만 총리 후보자는 이틀간 하는 게 관행으로 돼 있어 총리 후보자가 넘어야 할 문턱은 더 높고 긴 셈이다.
김태호 후보자 청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은 “과거 청문회를 통과했다는 경력이 보증수표가 되지는 못한다”고 했다. 누가 후보가 되든지 국회에서의 인사 검증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험자들의 과거 청문회는 어땠나=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들은 과거 청문회에서 문제될 만한 결격사유가 거의 없었다. 일부 문제점이 지적되긴 했으나, 당시 야당에서도 낙마시킬 만한 문제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안 대법관의 2006년 6월 청문회에서는 대선자금 수사 및 ‘코드 인사’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병역이나 납세 등 도덕성과 관련한 의혹은 없었다. 김 감사원장은 2차례 청문회를 거쳤다. 2005년엔 대법관 후보자로, 2008년엔 감사원장 후보자 자격이었다. 2008년 청문회 당시 야당 의원들은 병역 면제와 감사권 남용 문제를 놓고 공세를 벌였다.
지난 4월 열렸던 맹 장관 청문회는 쟁점이 없었다. 추궁할 만한 의혹을 찾지 못한 것도 있지만 천안함 침몰사고와 한명숙 전 총리 검찰 수사 등에 모든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실시된 윤 장관 청문회에서는 장녀의 서울 삼청동 주택구입 자금 증여 및 증여세 탈루 문제가 제기됐다. 딸에게 증여한 8000만원에 대한 증여세를 내지 않은 점이 확인됐고, 장관 취임 4개월여 후에야 납부했다.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공전으로 청문회가 미뤄지자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면서 야당에서는 검증보다는 임명 절차에 대한 문제를 주로 제기했다. 정운천 전 장관도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이 제기됐지만 해명 이후 의혹은 사그라졌다.
조무제 전 대법관은 인사 청문회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1998년 대법관에 임명돼 공식적으로 청문회를 거친 경험이 없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