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길수] 전력저장기술과 스마트그리드

입력 2010-09-15 17:43


100여년을 지속해 온 기존의 전력시스템 구조가 최근 여러 방향으로 진화 발전하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으로 대표되는 환경 문제와 에너지 자원의 고갈 문제 등은 보다 창의적인 전력시스템으로의 진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다양한 형태의 신재생에너지원의 도입 및 연계를 고려한 마이크로그리드, IT와 융합된 기술을 바탕으로 전력시스템의 효율과 유연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스마트그리드가 새로운 전력시스템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모든 시점에서 에너지의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고, 시간대별 수요의 변화로 최대 전력과 최소 전력 수요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전기에너지의 특성상 계통 운영 기술만으로 그 차이를 줄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전력저장장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창의적 시스템으로 진화 중

전력저장장치는 저장방식에 따라 크게 대용량과 소용량으로 분류된다. 대용량은 CAES(Compressed Air Energy Storage)와 PHES(Pumped Hydro Energy Storage)가 대표적이며, 소용량은 배터리, 플라이휠, 초전도자기저장장치가 대표적이다. 대용량 저장장치는 저장용량과 순시용량이 크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송전 계통 단위의 에너지 관리 측면에서 활용을 고려할 수 있지만, 저장효율이 낮은 단점을 가지고 있어 설계 및 적용에 어려운 점이 많다. 이에 비해 소용량 저장장치는 국부적인 계통의 에너지 관리뿐 아니라 전자기 과도현상에 의한 신뢰성 저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풍력 또는 태양광 발전과 같이 인위적인 출력제어가 불가능한 신재생발전원의 계통연계 시 발생할 수 있는 전압 또는 주파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소용량 저장장치 중, 가장 고전적인 형태인 배터리는 전기에너지를 이온의 전리와 해리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자의 이동을 이용한 화학에너지의 형태로 저장하는 장치로서, 다양한 형태의 이온을 활용하여 장치의 수명(충방전 횟수)과 저장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초전도-자기 에너지 저장장치는 손실이 없는 초전도 코일에 자기에너지의 형태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응답속도가 매우 빠르고 순시용량이 매우 높으며 수명이 긴 반면에, 저장용량이 작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플라이휠의 경우, 로터에 연결된 회전체의 회전관성에너지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며, 수명이 길고 응답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로터 회전축의 베어링에서의 마찰손실로 인하여 저장효율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의 기술수준에서는 어떠한 저장장치가 해당 활용처에서 최고의 성능을 나타낼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5㎿의 회생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철도시스템에 1㎿ 용량의 저장장치를 선택한다거나, 최소 10㎿를 30분간 공급해야 하는 5㎿h급 비상전원으로의 활용에서 2㎿h의 저장용량을 가진 저장장치를 설치한다면 전기적으로 적당하지 않은 활용 사례가 될 것이다.

환경문제 해소하는 녹색기술

또한 경제성 측면에서 1일 평균 100회의 완전 충방전이 예상되는 위치에 1000회의 수명을 가진 저장장치를 설치한다면, 평균 10일마다 새로운 저장장치로 교체해야 하는 비경제적 활용이 이루어지게 된다. 전력저장장치 필요 사양을 정확히 분석함으로써, 전체적인 발전량의 감소와 계통운영비용의 절감, 그리고 이에 따른 환경문제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녹색기술인 스마트그리드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저장장치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하여 저장장치의 기술적 사양의 신뢰성을 전제로 기존의 비상 발전기를 에너지 저장장치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해당 법령의 개정 등이 필요하다.

장길수(고려대 교수전기전자전파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