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빅3’에 포문… 퇴진 옥죄기 신호탄?

입력 2010-09-16 00:34

침묵으로 일관하던 금융 당국이 포문을 열었다. 금융 당국 최고 수장인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15일 “사태 관계자는 책임을 지라”고 경고장을 던졌다. 특히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지주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조준 사격했다.

금융 당국은 원칙을 이야기한 것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꺼렸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3인 동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와 맞물려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해석했다.

릐‘신한 옥죄기’ 시작인가=진 금융위원장은 작심한 듯 말을 꺼냈다. 이날 오전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였다.

진 위원장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표적 금융회사인 신한은행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번 사태 관계자는 다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진 3인이 당장 퇴진해야 한다는 의미냐는 질문에는 “지금 당장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다. 대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이번 사태가 실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났는지 확인하고 책임 있는 사람은 반드시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강경 발언은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오전 발언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신한지주가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의 지배구조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주주의 이익이 고려되지 않아 특히 유감스럽다”면서 “사정 당국 수사 외에 하반기 금감원의 정기검사가 있다. (결과를) 두고 보자”고도 했다.

금감원은 오는 11월 종합검사 때 검찰 수사와 별개로 신 사장의 횡령·배임 혐의, 실명제법 위반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 행장의 내부통제 절차 위반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여기에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혐의 조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사실상 경영진 전체의 모든 의혹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특파원과 만나 ‘금감원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곱씹어 봐야 한다”고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공식 입장을 자제했지만 ‘경영진 동반 퇴진, 낙하산 인사 취임’이라는 관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릐왜 침묵을 깼나=그동안 금융 당국은 마땅하게 조치할 부분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섣불리 개입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신한금융 사태가 무엇 때문에 터졌고, 어떻게 전개될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태의 이면이 속속 드러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은행에서 경영진끼리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이다. 진 위원장이 “신한은행은 특정 주주나 경영인 소유가 아니다.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하는 등 신한은행이 이렇게 성장하기까지에는 공공의 도움이 있었다”고 꼬집은 배경이다.

금융 당국 내부에서는 진 위원장의 발언은 원칙적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신한은행이라는 공공재에 상처를 입혔고 국제적으로도 창피거리가 됐다”며 “이번 사태 관계자들이 아무 책임도 지지 말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금융 당국이 전격적으로 신한금융 사태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관치’ 논란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 논란, 정권 실세 개입 의혹 등도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