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감리교회 도건일 원로목사 “홀사모 마음 홀사모 자식인 제가 잘 알지요”
입력 2010-09-15 19:20
도 목사의 부친 도복일 목사는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했을 때 목회지였던 충남 삽교교회에 남아 강단을 지키다가 그해 9월 21일 인민군에게 체포돼 피살됐다. 36세에 홀로된 어머니 김순녀 사모는 2대 독자인 도 목사(당시 15세)와 세 딸을 모두 믿음의 자녀로 키워냈다.
도 목사는 67년 12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서강감리교회를 담임한 뒤 은퇴했다. 부인 박 사모 역시 1950년 9월 20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한 박연서 목사의 4녀다. 홀사모 밑에서 자란 이들 부부가 6·25 전쟁 60주년과 선친 순교 60년을 맞아 홀사모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도 목사는 4남매를 눈물과 기도로 양육한 어머니 얘기를 전한 뒤 “행사를 처음 준비할 때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랑을 나누라’는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 음성을 들었다”며 “때론 목회자의 길을 걸었던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섭섭하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하나님 곁에서 기도해 주시는 부모님이 있었기에 행복한 목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롭고 지치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살아계신 하나님께 기도하자. 믿음을 사랑하고 담대하게 살아가면 하나님이 지켜 주실 것”이라고 홀사모들을 격려했다.
이정정 예자회 회장은 “여기 와서 말씀을 들으니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부끄럽고 눈물이 난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말씀과 설교가 이어지는 동안 여러 홀사모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도 목사 부부는 참석한 홀사모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우산 등 기념품과 약간의 여비를 전했다. 도 목사는 “내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들 된 입장에서 홀사모들을 위로하려 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정하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