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中 정치개혁 논쟁… 원자바오가 필요성 강력하게 역설하면서 촉발

입력 2010-09-15 19:58


중국에서 정치개혁 논쟁이 확산될 조짐이다. 정치개혁 방향성 논란과 함께 최고 지도부 갈등설까지 제기된다. 다음달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5중전회)를 앞두고 공산당 기관지들 사이에 사상 논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가열되는 정치개혁 논쟁=중국 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 기관지인 학습시보(學習時報)는 지난 13일 1면에 ‘정치개혁 추진은 민의’라는 허우샤오원(侯少文) 중당당교 교수의 글을 실었다. 허우 교수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난달 20∼21일 광둥(廣東)성 선전에서 제기한 정치체제 개혁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15일 학습시보의 글로 인해 정치개혁 논쟁이 가열될 조짐이라고 보도했다. 중앙당교는 당 고위 간부들을 교육하는 최고 학부로 중국 차기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교장이어서 더욱 그렇다.

논쟁은 원 총리가 선전경제특구 성립 30주년을 앞두고 선전을 방문, 정치체제 개혁의 긴요함을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는 지난 4일 ‘두 가지 다른 성질의 민주주의가 섞이는 것은 불가하다’는 제목의 논설을 통해 이를 신랄히 비판했다. 일부 주류 언론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광둥성 당 기관지인 남방일보와 남방도시보 등은 지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일 ‘선전경제특구 건립 30주년 경축대회’에서 “법에 따라 민주선거, 민주정책 결정, 민주관리, 민주감독 체제를 구축하고 국민의 알권리, 참여권, 표현권, 감독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4개 민주론’을 제기했다.

이를 놓고 SCMP 등 홍콩 일부 언론은 원 총리와 후 주석의 발언에 차이가 있다면서 갈등설, 권력투쟁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주주간은 최신호에서 “정치개혁과 관련, 후 주석과 원 총리 간 갈등은 없다”면서 후 주석 발언은 오히려 원 총리를 지지하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개혁 방향과 전망=후 주석 발언 이후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은 “정치개혁을 바라는 인민들의 새로운 기대에 부응하는 연설을 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점진적인 정치체제 개혁의 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민들이 주인이 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현 최고지도부의 기본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경제개혁으로 경제발전이 이뤄지면서 분배가 불공평하고 부패가 만연해 이에 대한 견제와 제도적 장치로서의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하에서 이뤄지는 정치개혁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서구 자유민주주의와는 개념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공산당 1당의 영도체제를 전제로 당내 민주화 등은 있을 수 있지만 일반 인민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허용되는 민주화 등 정치개혁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