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포사격 거대 물줄기 뚫고 한·미 해병대 돌격… 인천상륙작전 60주년 사상최대 재연행사

입력 2010-09-15 18:07


15일 오전 11시10분 인천시 월미도 앞바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불리한 전황을 단숨에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이 60년 만에 재연됐다. 재연 행사는 6·25전쟁 당시 팔미도 등대의 불을 밝혀 상륙함대의 길을 안내했던 미 극동군사령부 주한연락처(KLO) 최규봉(87) 전 부대장의 지시에 따라 개시됐다.

월미도 앞바다에 대기하고 있던 동양 최대 상륙함인 독도함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최신 구축함 충무공 이순신함과 미 가디언함, 호주 와라문가함 등 함정 12척이 상륙을 위해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본격 상륙에 앞서 해안가를 정찰하고 수중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선견부대 수색팀의 작전이 시작됐다. 수색팀이 탄 고무보트는 거센 물살을 뚫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월미도 해안으로 접근했다. 어느새 상공에 나타난 헬기 2대에서 대원들이 낙하산을 펼치며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방어에 나선 적을 제압하기 위해 함정들의 함포 사격이 이어졌다. 충무공 이순신함을 필두로 전남함, 호주 와라문가함에서 5초 간격으로 24발의 함포가 발사됐다. 수중 폭발물이 터지면서 곳곳에서 10여m 높이의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마침내 해병대 상륙군의 돌격이 시작됐다. 독도함에서 차례로 쏟아져 나온 24대의 상륙장갑차들은 최대 10노트의 속도로 월미도 해안을 향해 일제히 돌진했다. 상륙장갑차와 상륙지점 사이에는 백색과 황색 연막탄이 들어차 한 치 앞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잠시 후 연기를 뚫고 해안에 도착한 200명의 한·미 해병대원들은 암벽에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육지로 신속하게 올라왔다.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 등 국내외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당시의 감격이 떠오르는 듯 해병대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맥아더 장군으로 분장한 미군 병사가 등장, 작전성공을 보고받는 것으로 30여분간의 인천상륙작전 재연은 마무리됐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이날 재연 행사에는 대형 함정은 물론 KF-16 전투기와 UH-60 헬기 등 항공기 16대, 해병대 상륙장갑차 24대, 상륙주정 6척, 고속상륙정 4척 등이 동원됐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열린 제60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세기의 도박’이라 불리던 인천상륙작전은 20세기 전사(戰史)에 길이 빛나는 ‘세기의 성공적 파노라마’가 됐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