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 뜨고 당하는’ 건보료 상습 체납

입력 2010-09-15 17:37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보험급여를 받는 얌체족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도 보험료를 떼먹는 고액 체납자도 만만치 않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4일 발표한 고액 체납자 상위 50명의 보험료 미납 실태를 보면 공분을 느낄 정도다.

350억원대의 상가 142개를 보유 중인 K씨는 88개월치의 보험료 7933만원을 내지 않고 80만원의 보험급여를 받았고, 20억원의 토지를 보유한 H씨는 보험료 1935만원을 체납하고 1672만원의 보험급여를 받았다. 의사 변호사 약사 법무사 등 전문직 종사자 235명도 보험료 7억9000만원을 내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7월 10일 현재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 체납건수는 155만2000건, 체납액은 1조7964억원에 달한다. 지역가입자가 건수로는 98.4%, 체납액으로는 91.8%를 차지한다. 직장가입자보다는 지역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이다. 건보공단은 “직장가입자는 월급에서 보험료를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직장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지 않는 한 보험료 납부율(건수 기준)이 10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법에는 6회 이상(통상 6개월) 보험료를 체납하면 보험급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나 병·의원이나 약국이 환자의 보험급여 제한 여부를 사전에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서민들이 급증하자 보건복지부 고시를 개정하면서 의료기관에서 보험료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이때부터 체납자가 병원을 이용하면 건보공단이 사후에 보험료를 독촉·압류하는 시스템으로 변했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는 직장가입자의 ‘유리지갑’을 보호하고,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지역가입자의 상습적인 보험료 체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가동하고 있는 건보공단 체납관리전담팀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의료기관이 환자의 보험료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