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간장·밀키스→러시아, 매일분유→중동… 코리안 푸드, 지구촌 입맛을 사로잡다
입력 2010-09-15 21:45
한국 간장으로 요리하는 러시아인 주부, 한국 분유를 먹이며 아이를 키우는 사우디아라비아인 여성, 한국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 싱가포르인 학생…. 김치, 불고기뿐 아니라 우리나라 가공식품까지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식품 업체들의 성공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62개국에 수출하는 샘표간장은 러시아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럽인은 조미료로 간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샘표간장이 러시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정부의 간접적인 도움이 컸다. 날씨가 춥다보니 소금에 절인 육류를 즐기는 러시아인에게 몇 년 전 러시아 정부는 나트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간장을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이후 러시아에서 간장 사용이 크게 늘었고 샘표간장 판매도 덩달아 증가했다. 샘표식품은 2003년 러시아에 첫발을 디뎠고 7년 만인 지난해 누적 판매량이 800만병(1ℓ들이)에 이르렀다.
롯데칠성음료 ‘밀키스’와 한국야쿠르트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이미 1등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매일유업의 분유 ‘매일맘마’는 중동 지역 시장점유율이 20%가량 된다. 다국적 기업 제품들과 경쟁하면서도 매년 10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내고 있다. 매일유업은 1981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해외에 진출해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는 중동 지역의 시장점유율을 23%로 끌어올리기 위해 프리미엄 분유 등을 새롭게 선보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빙그레 아이스크림 ‘메로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고급 아이스크림으로 팔려나가며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0억원이고 내년에는 300억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농심이 ‘신라면’ 인기다. 신라면은 현지화보다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웅진식품의 주스 ‘자연은’은 현지화로 중국을 공략하고 있다. 알로에가 요즘 중국에서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자연은 790일 알로에’는 현지 제품보다 알로에 함유량을 높여 기능성 건강음료로 판매했다. 웅진식품은 지난해 중국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풀무원건강생활의 ‘옛맛찰떡’은 수출한 지 6개월밖에 안됐지만 미국, 캐나다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예상 수익은 20억원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마케팅에 나선 식품업체들이 본래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외국인의 문화, 생활 습관까지 분석해 현지화를 꾀하다보니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외국 대형마트에 가면 한국 식품만 따로 모아놓고 파는 전용매장이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