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全大 빅3에 듣는다-① 손학규 상임고문] “관리형 리더십은 패배주의”

입력 2010-09-15 21:25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손학규 상임고문은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집권 의지’라는 말을 열 번도 더 했다. 집권 의지가 없는 관리형 지도체제로는 절대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당권 라이벌인 정세균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손 고문은 특히 “2012년 총선 때에도 국민들에게 집권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지 다수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말로만 끝나는 진보는 사회 분열만 조장한다”며 ‘담대한 진보’를 앞세운 정동영 상임고문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인터뷰는 1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전대 출마 후보자 대구·경북 지역 기자간담회에 앞서 진행됐다.

-집권 의지를 강조하는 이유는.

“민주당은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 말로는 정권교체를 이야기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야당을 어떻게 잘할까’ 고민하며 관리형 지도체제를 얘기하고 있다. 패배의식을 깨는 것, 그리고 뜻을 세우는 것이 선결과제다. 집권 전략은 ‘삼합필승론’이다. 진보, 개혁, 중도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면 반드시 이긴다. 민주당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진보의 가치를 드높이면서 진보·개혁 세력과의 통합을 꾀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지난 대선 때 잃어버린 600만표, 즉 중도 표도 끌어올 수 있다.”

-현재의 민주당을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실정, 폭정과 싸웠지만 여전히 국민들에게는 ‘야당 하는 민주당’으로 인식되고 있다. ‘야당 그 정도면 잘해’라는 인식 정도로는 다음 총선, 대선에서 또 야당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대선을 앞두고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를 생각하고 총선에서도 투표할 것이다. 민주당 후보가 집권할 수 있겠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지 다수당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집권 의지가 중요하다.”

-실천하는 진보를 강조하고 있는데.

“말로만 끝나는 진보는 사회 분열만 조장하게 된다. 진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적인 삶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과거에 진보를 생각해 왔고 실천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나는 항상 사회적 약자 편에 서려고 했고, 물질이나 돈보다 노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해 왔다.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고,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주역이었으며,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야권 단일화를 이뤄내 전국적인 단일화 기틀을 만들었다.”

-새로운 세대 정치란 기치를 내건 ‘486 후보’들을 평가한다면.

“486 후보 3명이 예비경선을 통과한 것은 정치 변화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그럴수록 486 인사들은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해 좀더 차원 높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486 일부가 계파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는 게 과제다.”

-대표가 된다면 야권 연대는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민주노동당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국민참여당이 창당하면서 상대적으로 민주당의 정치적 위상은 줄어든 형편이다. 지금 상태로는 민주당의 독자적인 집권과 총선 승리는 어렵다. 민주당 스스로 체격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진보정당과 통합 또는 연대해 하나로 갈 때 중도세력이 우리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 아닌가.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 지역 인사들은 오히려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을 재건했다’며 그런(한나라당 출신) 말을 하는 사람들을 야단친다. 2008년 대선 참패에 따른 민주당 와해 위기 상황에서 대표직을 맡는다고 할 때 다들 ‘누군가 들지 않으면 안 될 독배를 받았다’고 했다. 통합민주당이라는 제대로 된 집을 짓고, 총선도 치렀지만 나는 후임 대표한테 맡기고 떠났다. ‘총선 치르고 집도 지었으니 내가 집주인 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를 평가한다면

“한 마디로 실망이다. 가장 큰 죄는 국민분열죄다. 가진 사람, 힘 있는 사람을 편들어 없는 사람들 희망의 사다리를 잘랐다, 남북관계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정동영 고문의 부유세 도입 제안은 어떻게 생각하나.

“별로 논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대구=한장희 강주화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