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라 생각하면 고되죠, 아이들 돕는 보람 더 커”
입력 2010-09-15 18:18
“일로 느껴지면 돈을 받더라도 힘들 텐데,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껴요.”
크리스티 베노스데일(28)씨는 지난 2년간 형편이 어려운 한국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2006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취업 알선 회사 등에서 일하다 우연히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모집한다는 인터넷 글을 읽고 한국행을 택했다. 이름만 알던 나라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워 보였던 것.
한국에 온 뒤 영어 강사로 일하다 외국인 정보지에서 봉사단체 ‘호프(Hope)’에 대한 소개 글을 읽고 2008년 10월부터 이 단체에 참여했다. 호프는 2008년 6월 3명의 캐나다인 영어 강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비영리 봉사단체다. 현재 소속된 20여명의 외국인들이 서울 지역 아동센터 등에서 무료 영어 강의를 해주고 있다.
베노스데일씨는 호프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 8월 전남 순천에서 열린 초등학생을 위한 영어캠프를 꼽았다. 그는 캠프가 열리기 2주 전쯤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자선 콘서트를 열었다. 홍대 근처 클럽 3곳을 빌리고 무료 공연을 해줄 10여개 밴드를 섭외해 연 콘서트로 90여만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캠프 참가 학생들에게 나눠줄 티셔츠를 샀고 교통비 등 행사 경비를 충당했다.
그는 14일 “처음에는 한국 아이들과 어울리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깜짝 놀랄 만큼 매운 떡볶이 덕분에 아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보다 2시간쯤 일찍 찾아가 아이들과 떡볶이를 나눠 먹다 보니 스스럼없이 친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현재 16개 시도에 호프와 같은 지역사회봉사단 1140개를 지원하고 있다. 협의회는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봉사단 1004개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5월부터 ‘1004 지역사회봉사단’ 사업을 추진, 지난 8월 목표치를 달성했다. 1004 봉사단은 외국어나 예술, 의료 분야 등 봉사자의 특기를 살린 봉사활동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협의회는 또 보건복지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후원으로 17∼18일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과 평화의공원에서 ‘제1회 대한민국 나눔 문화 대축제’를 연다. 이 자리에선 음악 춤 악기연주 등 예술적 재능을 활용해 자원봉사하는 단체들의 국악 풍물놀이 공연 등이 펼쳐진다. 1004 봉사단이 현장을 찾은 시민에게 각종 악기 레슨을 해주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글=김경택 기자,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