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굴종의 총회 회의록 한글번역 출간… 교회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
입력 2010-09-15 18:59
‘천황의 덕분으로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고 그로 인해 세계 신질서를 완성한 것이 우리 제국의 국시입니다.’ 이것은 일본 황실에서 나온 문서의 내용이 아니다. 대동아공영권 건설을 지지하며 조선예수교장로회가 제31회 총회(1942년)에서 채택한 치욕스러운 선언문 중 일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 15일 교단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31회 총회회의록(사진)을 출간했다. 31회 총회회의록은 일제의 억압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에 개최됐던 총회로 치욕스러운 굴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방치돼 왔다.
총회회의록에 따르면 1942년 10월 16일 평양 서문외교회에서 열린 총회에 27개 노회, 135명의 대의원이 참여했다. 회의록에 나오는 인물 대부분은 창씨개명을 한 상태다.
선거에선 총회장에 신모리 이치로(新森一雄·김응순), 부회장엔 히로코아사오(平康米洲·전필순) 등이 선출됐다. 회의록 서기엔 가네코종대(金子種大) 목사가 선출됐는데 이 사람은 훗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을 지낸 김종대 목사다. 평양신학교 보고에는 “총독부의 특별한 후의와 친절한 지도에 의해 현재의 발전을 보게 됐다” “우리들은 기독교 일본화 운동을 제일선에 서서 미영 의존주의부터 완전히 탈피하고 이것으로부터 순 일본정신에 의해서 갱생할 것을 스스로 맹세한다”는 문구도 나온다. 총회는 이어 10월 18일 조선군 보도부장으로부터 ‘일본 군인’이라는 특별강연을 듣고 전승기원 예배를 가졌다. 기도 후에는 국방헌금도 했다.
2개월간 회의록을 번역한 김남식 전 총신대 교수는 “31회 총회회의록에는 한국 교회가 자진해 친일을 결정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면서 “광복 65년이 지났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교회 역사를 바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장 합동은 91회 총회(2006년)에서 총회록 번역을 결의한 바 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