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교장에게 학교를 계속 맡길 셈인가

입력 2010-09-15 17:34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어린 학생들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김모 교장은 2008년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사랑의 동전 모으기’로 걷은 불우이웃돕기 성금 240여만원 가운데 117만원만 구호단체에 전달하고 나머지 123만원을 유용했다고 한다. 김 교장은 이 중 100만원은 교사들 회식비로 사용하고 23만원은 양로원에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걸 보면 그냥 뒷주머니에 넣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학생들이 모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교장이 가로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다른 곳도 아닌 학교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교장이 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김 교장은 이뿐 아니라 학교 기자재 납품업체로부터 수시로 뒷돈과 향응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니 도저히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김 교장에게 내려진 징계가 고작 정직 3개월과 전보조치라는 점이다. 당국의 조치가 어쩌면 이렇게 너그러운지 모르겠다. 운이 없어 적발되더라도 그 정도 징계에 그친다면 작심하고 뒷돈을 챙겨볼만 하지 않은가. 울산교총과 전교조 울산지부, 학부모단체 등이 어제 일제히 성명을 내고 김 교장의 재징계를 촉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김 교장은 마땅히 교단에서 퇴출돼야 한다.

비리는 온정주의를 먹고 자란다. 금전비리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큼 단호하고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비리가 발호하지 못한다. 특히 학교는 더욱 엄정한 잣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에는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가 성행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수학여행 등 학교 단체여행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교장들에게 정직과 감봉 등 경징계를 내린 것도 상식적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교육자들 스스로도 각성해야 한다. 미래의 꿈나무를 키우는 존엄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학생들 몰래 뒷돈이나 챙기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