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전당대회에 감동이 없다
입력 2010-09-15 17:39
민주당은 다음달 3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제1야당의 차기 총선 및 대선 구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출마자들이 연일 시도별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좀체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전당대회는 야당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여당 전당대회는 대부분 형식적으로 치러졌지만 야당 전당대회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당을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되곤 했다. 새로운 인물을 키워내는 역할도 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에는 그런 것이 없다.
전당대회는 대선 후보군에 속하는 정세균 전 대표와 정동영 손학규 상임고문이 출마했기에 그나마 조금 관심을 끈다. 정 전 대표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나야말로 민주당의 법통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정 고문은 “담대한 진보로 진짜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고, 손 고문은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가치를 되살려 잃어버린 600만표를 되찾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럴 듯한 말이다. 하지만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당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당권을 잡는 데 급급해 하는 느낌이다.
박주선 천정배 조배숙 의원과 ‘486’ 후보인 이인영 최재성 후보에게서도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렵다. 486 후보의 경우 후보 단일화마저 무산됐다. 국내 정치에 관심 없다고 수차례 입장 표명을 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영입하자는 얘기가 민주당에서 또 나오는 것은 차기 대선에 자신이 없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재집권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생산적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당은 현 정권 출범 후 친북·좌파 이념에 사로잡혀 주요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해 왔다. 집권 경험을 가진 정당이란 생각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 출마자들은 지금부터라도 민주당을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