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윤호] 독신은 괴로워
입력 2010-09-15 17:36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세기 1:28)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한 다음 곧바로 내린 말씀이다. 남자나 여자나 혼자서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에 따를 수 없다. 유대교 율법서인 탈무드는 그래서 독신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을 중죄로 여겼다고 한다. 로마 시대에는 독신자를 부도덕하고 불경한 사람으로 간주해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상속권도 박탈했다. 독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아랍권도 마찬가지.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자식을 내세로 이어주는 다리라고 생각해 결혼을 하지 않아 자식이 없는 사람은 사후에 내세로 건너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았다.
‘솔로 천국, 커플 지옥’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화려한 싱글’이나 ‘골드 미스’ 등 독신 예찬의 유행어도 나오고 있지만 독신자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 오히려 저출산·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독신자들이 더 코너에 몰리는 것 같다. 다음 세대에 대한 의무를 지지 않으려는 책임 회피로 비치기 때문일까.
정부가 최근 2010년도 세제개편안을 만들면서 연말정산 때 독신자에게는 1인당 50만원의 인적공제 혜택을 주지 않고 이를 다자녀 가정에 추가로 나눠주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다고 한다. 사실상 ‘독신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니 솔로들이 반발할 밖에. ‘십장생(10대도 장차 실업자 생활을 한다)’이니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니 하는 청년 취업난 시대에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초라한 싱글’들은 어쩌란 말이냐는 항변이다. 수년 전에도 제기됐던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독신자 페널티가 언젠가는 실현될지도 모를 일이다.
추석을 앞두고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남녀 직장인 1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기혼자들은 86.1%가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뵙겠다고 응답한 반면, 미혼 직장인들은 65.5%만이 고향에 갈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고향을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기혼 직장인들은 ‘바쁜 업무’(34.4%)를 가장 많이 꼽았으나 미혼자들은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36.0%)를 첫째 이유로 들었다. 그 잔소리란 빨리 결혼하라는 가족·친지들의 채근일 터.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가을을 알리고 있다. 독신자들이 외로움을 더 탈 계절이다. 이래저래 솔로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게 됐다.
김윤호 논설위원 kimy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