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고만고만한 ‘고민’ 아웅다웅 ‘삶’

입력 2010-09-15 17:39


우리 교회 목사님이 최근 교단 부총회장 후보에 나섰다가 적은 표차로 떨어지셨습니다. 개표 순간까지 실패를 생각해 보지 않으셨는지라 낙심이 크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지난 주일 목사님께서 성도들에게 “내 부족함과 하나님의 선함으로 선거에 떨어졌다”고 고백하셨습니다. 목사님 말씀에 눈물 찍는 성도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장자 교단이고 교회이니 그 허탈함이 더했지요. 한국교회를 위해 큰일을 하시고자 했던 목사님에게 이번 결과가 유익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같은 ‘결과’, 즉 성적표를 받아보는 것과 같은 인생의 고비를 수없이 맞습니다. 어렵게 연립주택 작은 평수를 사서 입주했는데 맞은편 건물 2층에 세 들어 있는 교회가 날마다 스피커로 찬송가와 회개하라 소리를 내보낸다면 짜증날 노릇이지요. 교회에 따지다가 장로가 되신 분의 얘깁니다. 결과가 그 순간만 나빴을 뿐입니다. 하나님의 선함이 어떻게 미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온두라스 살인누명 한지수’씨의 삶도 그렇습니다. 20대 청춘이 어느 날 날벼락 같은 누명과 옥살이를 하게 됐으니 그 억울함이 오죽했을까요. “하나님 나가게만 해주신다면 교보문고에 가서 성경책을 사겠습니다”라고 했답니다. 곧 풀려난다고 하니 천만다행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들 고만고만한 고민을 안고 삽니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아옹다옹하고 삽니다. “인공(6·25) 때는 모다 옹삭(모두 가난)혔제. 우리 목사님 쌀 담아 다 나눠주고 목사님네는 죽을 쒀 잡쉈어.” 염산교회 늙은 권사님의 구술은 오늘 우리에게 어려운 과제처럼 들립니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