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명품녀’ 연일 사생활 중계… 마녀사냥 되나

입력 2010-09-15 17:59


케이블 방송에서 한 여성이 “하루 치장한 것만 4억”이라고 말해 화제가 된 ‘명품녀 사건’이 방송 조작 논란을 넘어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번지고 있다. 방송 내용과 관련이 없는 사생활이 언론을 통해 연일 중계되고 있으며, 일부 네티즌에 의해 ‘명품녀’의 개인 정보가 공개되는 ‘신상 털기’도 진행 중이다.



지난 7일 엠넷 ‘텐트 인 더 시티’에서 김모(24·여)씨는 명품족의 패션 스타일을 소개했다. 직업이 없고 부모님 용돈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김씨는 당시 차고 있는 목걸이가 2억원이고, 선물 받은 차는 3억원 상당이라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불법 증여’ 의혹을 제기했고, 국세청은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방송 조작’ 논란이 일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3일 심의에 착수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김씨의 사생활에 대한 보도와 네티즌의 ‘신상 털기’가 계속되면서 사태가 김씨에 대한 여론 재판으로 흐르는 점이다. 당시 방송의 주제는 명품 패션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김씨는 자신의 목걸이나 자동차를 소개했지만 결혼 여부나 집안 사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은 방송에 소개된 명품의 진위 여부 외에, 김씨의 전반적인 사생활로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 김씨의 거주 형태, 이혼 경력은 물론 전남편과 남자친구, 부모 등 주변 사람들까지 거론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김씨의 주민등록번호, 쇼핑몰 구매내역, 전화번호까지 올라와 있다.

김씨와 주변사람들에게 인격 침해에 가까운 여론의 비난이 계속되자, 김씨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일본으로 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엠넷 제작진은 “방송 조작 여부는 이미 방통심의위로 넘어간 문제인데,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언론중재위원회 관계자는 “이 사안이 국민적인 관심사인 만큼 김씨에 대한 검증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방송과 관계없는 전남편, 부모 등 주변 사람들의 생활까지 노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요소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 “불법 증여가 사실이라면 세금을 내면 된다. 아직 법리적인 문제는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개인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과거까지 들추며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방송 조작이나 탈세와 같은 공익적인 문제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측면은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 언론이 대중들의 엿보기 심리에 편승해서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