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동반퇴진 ‘최악’ 피해… 申 명예회복 기회

입력 2010-09-14 22:43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해임해야 할 정도의 위법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같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신 사장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불가능하다.’

14일 열린 신한금융 이사회는 사실상 신 사장의 우세승으로 막을 내렸다. 지주 측은 표 대결을 통해 신 사장을 해임할 예정이었지만 이사회는 신 사장의 위법행위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판단을 유보하고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기로 결론지었다. 신 사장으로서는 어느 정도의 명예회복과 함께 향후 다시 복직할 수 있는 길을 얻게 된 셈이다. 반면 지주는 내부 분열과 고객 신뢰도 하락이라는 상처만을 남긴 채 급하게 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해임 대신 직무정지, 이유는=신한지주 이사회가 직무정지를 결정한 것은 은행의 고소혐의에 대한 신 사장 측의 해명을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950억원 부당대출의 경우 사실상 은행 내 여신심의위원회가 전담하는 만큼 행장의 책임을 묻기가 애매하다. 은행은 친인척이 연루됐다고 주장하지만 대출자가 신 사장 부인 6촌의 남편이어서 연결 고리가 불분명하다.

15억6000여만원의 이희건 명예회장 자문료 횡령 혐의는 신 사장 측이 라응찬 회장의 연루 사실을 부각시켰다. 명예회장의 허락을 받아 은행 자금으로 사용한 만큼 신 사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라 회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부인했지만 이사회 결정을 돌이키진 못했다. 신 사장 측은 15장 분량의 설명 자료를 배포하며 은행의 고소사실에 대해 집중적으로 반론을 펼쳤다.

지주 측은 사태 장기화를 우려해 표 대결로 신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키고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하려 했지만 이사진의 결론은 달랐다. 이사진은 극단적인 표 대결보다는 이사진 간 합의에 의한 결론을 도출하려 했고, 결국 해임 대신 직무정지를 의결하는 데 합의했다.

◇향후 전망은=직무정지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신한지주는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따라 신 사장이 직무에 복귀할 수 있는 길도 열렸고, 경영진 동반퇴진이라는 악수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에 따라 일단 내부 분위기를 먼저 수습하고 고객의 신뢰도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 사장 등 피고소인들은 이사회 결정 무효 소송 등의 법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 사장과 함께 고소됐던 이정원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은 “비교적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 만큼 이제 피고소인 신분으로 돌아가 검찰 수사에 대비하겠다”면서 “이번 사태로 마음고생을 겪었던 직원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조만간 라 회장과 이 행장이 대고객 사과문을 발표하고 직원들의 사기 진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직 재정비 차원에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