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 넓히기 ‘워밍업’ 시작한 박근혜… 당 소속 여성 의원들과 오찬

입력 2010-09-14 22:3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4일 당 소속 여성 의원 15명과 오찬을 가졌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나경원 최고위원이 여성 의원끼리 한번 모이자고 제안했고, 박 전 대표가 흔쾌히 수락해 모임이 이뤄졌다. 2008년 9월 여성 초선 의원들과 만난 지 2년 만이다.

친이명박계에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옥임 박영아 이두아 의원이, 친박계에선 김옥이 의원 등이 참석했다. 2시간 동안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농촌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마을마다 소규모 물리치료실을 만드는 방안을 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서 박 전 대표는 특유의 ‘썰렁 개그’를 몇 차례 선보였다. 먼저 “충청도 사람들이 말이 느리다고 하는데, 춤을 출 때는 짧게 말하는 방법이 있다. 아느냐”고 물은 뒤 의원들이 모른다고 하자 “출껴”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또 ‘뉴욕에 사는 사람을 캘리포니아에서 묻는 방법’을 질문한 뒤 “산 사람을 묻을 순 없지요”라고 해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의원들이 최근 개봉한 영화 ‘인셉션’ ‘아저씨’와 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하는 것을 경청하는 등 ‘소통’에 신경을 썼다. 또 참석자들이 통일·외교, 과학·기술 등 전문 분야에서 활약하는 것을 일일이 격려하며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전재희 전 장관이 “제가 밥을 사야 하는데 나 최고위원이 급이 높아 밥을 산다”고 하자 “오늘만 날인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의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일상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인데 언론이 너무 어마어마한 의미를 부여해 나 의원 어깨가 무겁겠다”며 정치적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한 참석자가 “당에서 여성 의원들의 지위가 낮다. 다음 총선에선 지역구 여성의원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자 “여기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선을 긋는 등 조심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박 전 대표가 외연 넓히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많다. 본격적인 대권 행보는 아니지만 의원들과 개별 만남을 가지며 ‘워밍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