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간 총리 재선] 日도 ‘공정’ 택했다… 불법정치자금 오자와 참패

입력 2010-09-14 22:30


일본 집권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에게 예상 밖의 압승을 거뒀다.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은 투표가 진행되던 14일 오후까지도 ‘박빙 승부’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시시각각 속보를 전했다. 결과는 전혀 달랐다. 간 총리는 총 유효 1212포인트 중 59.4%에 달하는 721포인트를 얻어 491포인트에 그친 오자와 전 간사장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국민 여론이 이끌어낸 간 총리의 대승=그동안 언론은 간 총리가 지방의원과 당원, 서포터(지지자)들로부터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으나 당 소속 국회의원 중 우호세력은 오자와 전 간사장보다 많이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득표 결과는 모든 투표 부문에서 간 총리가 압도적 우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원과 당원·서포터에서 각각 60, 249포인트를 얻어 오자와의 40, 51포인트를 한참 따돌렸다. 특히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간 총리가 412포인트를 획득, 오자와의 400포인트에 앞섰다.

‘이변’에 가까운 이번 경선 결과는 국민들이 표출한 ‘반(反)오자와’ 여론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 데서 비롯됐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오자와를 지지할 경우 자칫 자신들의 정치 가도에 흠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오자와가 대표에 당선, 총리가 된다 해도 제대로 국정을 이끌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표심에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정치 일정은 가시밭길=재임이 확정된 간 총리는 일단 당의 화합을 위한 대대적인 탕평책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그는 선거 유세에서 “민주당원 전원이 내각에 참가할 수 있는 정치 주도의 정책을 펼칠 것”임을 거듭 강조해 왔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까지도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당과 내각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국정을 수행해 가는 과정에서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는 상태다. 당장 엔 급등현상부터 해결해야 한다. 가뜩이나 장기형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경제를 고사시킬 수 있는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연일 경제대책을 짜내기 위한 회의를 열고 있다.

내년도 예산 편성도 발등에 불이다. 우선 당 내부 반발부터 진정시켜야 한다. 지난해 총선 당시 내놓았던 서민 공약을 지키기 위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전한 재정을 추구하는 간 총리로서는 곤혹스런 부분이다.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예산안은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중의원에서 가결되면 확정이 가능하지만 이를 강행할 경우 향후 정국 운영이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많아서다.

외교·안전보장 정책의 큰 난제인 오키나와(沖繩)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이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간 총리는 어떻게든 오키나와 측의 이해를 얻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오는 11월 말에 치러지는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서 ‘후텐마 기지의 현 내 이전 반대’를 내세우는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게 확실시된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