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 잇달아 引下… 한국은행 ‘통화정책’ 실기했나

입력 2010-09-14 22:03

시중은행들이 최근 정기예금의 금리를 잇달아 내리면서 은행의 주요 금융상품 금리들이 지난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소멸된 셈이어서 금리 조정 실기(失期) 가능성 등 금통위 통화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론이 다시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국민슈퍼 정기예금(1년 만기)의 금리를 지난주 연 3.70%에서 이번 주 연 3.60%로 0.10% 포인트 인하했다고 14일 밝혔다.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직후인 7월 12일 3.85%로 오른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다 2개월 만에 0.25% 포인트나 내려갔다.

이날 우리은행의 1년과 2년 만기 정기예금(키위정기예금) 금리도 지난 10일보다 각각 0.1% 포인트씩 내려갔다. 이 상품의 기본 금리는 1년 만기가 연 3.80%에서 연 3.70%로, 2년 만기는 연 3.90%에서 연 3.80%로 하향 조정됐다. 이들 정기예금 역시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비교해서 각각 0.15% 포인트와 0.2%포인트 내렸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부분 정기예금 금리가 두 달 전 수준이거나 그보다 낮게 떨어졌다.

최근의 예금금리 인하 움직임은 지난 9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주에 채권금리가 예상 밖의 금리동결로 급락(채권값 상승)해 조달 비용이 싸진 만큼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7월 경제의 호전과 물가상승 우려에 따라 연 기준금리를 2.0%에서 2.25%로 올렸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 것은 지금까지 초저금리 시대의 막을 내리고 금리를 정상화시킴으로써 시중통화 흡수와 실물경제로의 자금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또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예금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만큼 올라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이런 취지에서 본다면 시중금리가 금리인상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중앙은행의 정책이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이 지난 7월 금리 정상화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이후 합당한 이유 없이 금리를 잇달아 동결한 것이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면서 “시장이 당분간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을 접으면서 시중금리 하향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증권 윤여삼 선임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다른 국가들이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출구전략을 수순대로 펼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은이 해외 경제 여건과 물가를 고려했다면 금리를 상반기 때 올렸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