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캐나다 평균 연봉 1억원 화이트칼라 3000만명… 인터넷 ‘판타지 스포츠’ 중독
입력 2010-09-14 22:12
미국 코네티컷의 광고회사에 다니는 마크 애먼(36)은 최근 1억원이 넘는 연봉을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뒀다. 판타지 미식축구 리그에서 우승해 700달러(약 81만원)의 상금을 받기 위해서다.
애먼은 “1990년대부터 판타지 미식축구를 했지만 아직 한 번도 우승해 보지 못했다”면서 “직장 일 때문에 번번이 우승을 놓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애먼처럼 ‘판타지 스포츠(Fantasy Sports)’에 매달리는 사람이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지난 2년간 54%가 늘어 3000만명이 넘는다고 14일 보도했다.
판타지 스포츠는 미식축구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 프로 스포츠 리그를 무대로 가상 팀을 운영하는 게임으로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다양한 경기 기록과 통계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면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미국 직장인의 절반이 하루에 1시간 이상 판타지 스포츠를 즐긴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면서 “판타지 스포츠가 새로운 인터넷 중독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미시시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판타지 스포츠 게이머들의 가구당 평균 소득은 9만2750달러(약 1억원)다. 대부분 사회생활에 적극적인 화이트칼라들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단장으로 2004년 86년 만의 우승을 일궈낸 브라이언 엡스타인도 판타지 야구 출신이다. 판타지 스포츠는 미국의 인터넷도박 금지법에서도 복권·경마와 함께 예외로 인정받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는 직원들이 업무 중 판타지 스포츠 하는 걸 눈감아 줬지만, 중독자가 늘면서 달라지고 있다. 투자자문회사 회계사였던 캐머론 페티그루(26)는 지난해 회의실에 숨어 90분 동안 판타지 미식축구를 하다 해고당했다. 페티그루는 “수백 수천 달러 내기를 하는 동료도 많이 있었다”며 억울해했다. 한 통신회사 직원은 “판타지 스포츠는 직장인의 파이트 클럽”이라며 “동료들과 판타지 스포츠 얘기를 할 때마다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고 말했다. 파이트 클럽은 비밀 격투기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다.
컨설팅업체인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는 미국 직장인들이 판타지 미식축구에 열중해 입는 기업 손실이 연간 15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우승상금 30만 달러의 ‘월드 챔피언십 판타지 미식축구’ 운영자 더스틴 애쉬비는 “판타지 스포츠는 동료들 간에 우애를 다지고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건전한 게임”이라고 항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