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사장 “라회장도 고문료 썼다” 역공…긴박했던 5시간
입력 2010-09-15 00:36
14일 오후 2시 신한은행 태평로 본점 16층 회의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11명(화상회의로 참가한 히라카와 요지 선이스트플레이스 코포레이션 대표 포함하면 12명)의 표정은 심각했다.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의 요청으로 이정원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과 한도희 신한캐피탈 사장, 변호사도 배석했다. 굳은 표정의 신 사장은 두 줄로 길게 늘어선 테이블에서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마주한 자리에 앉았다.
이사회가 시작되자 이날 회의 결과에 자신의 운명이 걸린 신 사장의 ‘역공’이 시작됐다. 그 강도는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변호사까지 대동한 신 사장 측은 A4용지 두 박스 분량의 자료를 가져와 1시간여 동안 신한지주와 이 행장을 비난하며 형사 고소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고문료를 사실상 라 회장도 사용했음을 밝히는 등 지주 내부 사정도 폭로했다. 신 사장의 공격을 받는 동안 라 회장과 이 행장은 침묵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라 회장 측은 새 여신관리시스템을 통해 발견한 증거와 공소장에 명시하지 않은 여러 건의 부실 대출 사례 등을 제시하고 신 사장의 불법 행위가 명백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 대결을 통해 신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키려던 지주 측 의도와는 달리 이사회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회의 중 이사회장을 빠져나온 이정원 사장은 기자들에게 해명자료를 배포하며 회의 장 밖에서 설득전을 펴기도 했다.
2시간 넘게 양측의 소명이 진행된 오후 4시20분쯤 5분간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이후 신 사장의 해임안 상정여부에 대한 이사들의 토론이 시작됐다. 이사들은 “추락된 신한의 위상을 회복하고 회사의 안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결국 해임안은 나오지도 않은 채 신 사장 직무정지안이 상정됐다. 신 사장의 거센 반격에도 불구하고 표 대결은 찬성 10표, 반대 1표로 끝났다. 반대 1표는 신 사장의 것이었다. 회의 시작 5시간만인 오후 7시쯤 굳게 닫혔던 회의장 문이 열렸다. 마라톤 회의에 지친 표정이 역력한 이사들이 속속 회의장을 떠났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