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라도 참회하겠다” 신정동 옥탑방 ‘묻지마 살인범’ 현장 검증
입력 2010-09-14 18:28
“죗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죽어서라도 참회하겠습니다.” 지난달 7일 가정집에 난입해 가장 임모(42)씨를 살해한 ‘묻지마 살인범’ 윤모(33)씨는 14일 현장검증에서 임씨 가족에게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현장검증 내내 담담한 표정으로 범행을 재연한 윤씨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임씨의 옥탑방 주변 이면도로에 도착한 윤씨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빨간 모자를 눌러썼다. 마스크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는 않았다. 이면도로를 따라 임씨 집 맞은편에 있는 놀이터로 이동한 윤씨는 벤치에 앉아 막걸리 한 병을 비우는 모습을 재연했다.
10여분간 벤치에 앉아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던 윤씨는 놀이터를 나섰다. 윤씨는 “술에 취해 무작정 아무데나 들어가려다 웃음소리가 들려 임씨 집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윤씨는 3층에서 옥상으로 연결된 좁은 계단에 가방을 내려놓고 망치와 칼을 꺼내 든 채 옥탑방으로 들어갔다. 옥탑방에 들어선 윤씨는 “아주머니가 앉아 있다가 소리를 지르자 나도 당황해 조용히 하라며 둔기로 머리를 때렸고 뛰어나오는 임씨를 흉기로 찔렀다”고 태연히 말했다. 30여분간 재연을 마친 윤씨는 “돌아가신 줄 몰랐다”며 “열심히 살아보려 했는데 죄를 저질렀다는 마음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현장검증에는 주민 50여명이 나와 경찰 통제선 밖에서 지켜봤다. 임씨의 비명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웃 심태섭(75)씨는 윤씨에게 “천벌을 받을 놈”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왜 모자를 벗겨 얼굴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