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광주 전 韓銀 부총재보]“금융위기 부른 리먼사태 투자자 탐욕이 낳은 비극”
입력 2010-09-14 22:04
“2년 전 금융위기는 투자자의 탐욕이 경제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줬습니다.”
이광주(59) 전 한국은행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올해 4월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2년 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이 부총재보는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한국 경제가 제2의 외환위기에 봉착했을 때 기획재정부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과 함께 최일선에서 위기의 불길을 잡은 소방수였다.
당시는 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이탈하던 때였다. 원·달러 환율은 그해 11월 1600원도 넘어섰다.
“경제는 심리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외환시장에서 투매나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정부와 당국이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달러의 안정적 조달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해 9월 말 미국이 일부 국가들과 통화스와프(통화 맞교환) 협정을 추진하자 재정부와 한은은 이를 금융위기의 극복방안으로 봤다.
이 부총재보는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미 연방준비제도(Fed) 관계자들을 만났다. 미국 측 반응은 처음엔 시원찮았다. 하지만 “한국 시장이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봐라. 개발도상국 중 가장 모범적인 한국이 낙제를 해서야 되겠느냐”는 이 부총재보의 계속된 설득이 주효했다. 2008년 10월 30일 한·미 간 300억 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자 금융시장은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후 중국과 일본과의 통화협정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그렇게 빠져나왔다.
이 부총재보는 “스와프 협상이 잘못되면 나중에 법정에도 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했다”며 “협정이 체결되자 그제야 내 몫을 해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한 뒤 이 부총재보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의 실무회의 격인 ‘G20 재무차관 중앙은행 부총재 회의’를 진두지휘했다. 지난 4월 한은을 퇴직한 이 부총재보는 연세대 경제학과 특임교수로 변신, 이번 학기 처음으로 강의를 맡았다. 강의 과목은 거시경제론이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