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스피드는 중독이다
입력 2010-09-14 18:02
국제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F)1은 올림픽, 월드컵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 이벤트다. 연 400만명의 관중과 6억명의 시청자를 열광케 하는 모터 스포츠의 최고봉이다. 유럽에서는 프로축구 대회인 챔피언스 리그보다 더 시청률이 높다. 이런 F1 그랑프리가 내달 22일부터 사흘간 전남 영암 KIC(Korea International Circuit)에서 열린다. 자동차 산업 10대 강국 중 마지막으로,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중국, 바레인, 싱가포르, 일본에 이어 6번째로 한국이 F1 레이스를 진행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F1 레이스는 어떤 것인지 알아본다.
#F1 서킷, 레이싱카로 달려보니
지난 5일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 총길이 5615㎞인 한국 최초의 국제공인 1급 모터레이싱 서킷(트랙)을 운 좋게 레이싱카로 달려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배당된 차량은 3800cc 제네시스 쿠페를 개조한 것이었다. 차량 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덮쳤다. 내부 구조를 살펴보니 속도에 방해가 되는 에어컨은 없었다.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디오도 없었다. 속도계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운전대 위에 액정 계기판이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전복시 차를 지지해주는 철골 막대가 길게 늘여져 있었다.
구명용 십자형 안전띠를 맨 채 출발선에서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액정 계기판은 처음에는 아무 표시가 없다가 불과 5초도 안돼 시속 100km를 찍었다. 계기판은 100km이하는 표시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속도로 곧바로 50∼60도의 가파른 코너인 1·2번 구간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코너를 도는 순간 머리와 가슴에 강력한 압박이 가해졌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레이싱카가 코너를 돌 때 중력의 3배인 3G의 힘이 인체에 가해진다고 한다. 일반인의 경우 3.5G만 넘어도 의식을 잃는다. 그런데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F1 차량은 5G의 힘이 몸을 압박한다고 한다.
1·2번 구간을 빠져나가자 세계 F1 서킷중에서 가장 길다는 1.2㎞의 직선 주로를 달렸다. 코스를 들어서자 마자 곧바로 시속 200km가 찍혔다. 1.2km를 주파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8초 가량. 직선거리를 마치자마자 1·2번 구간과 비슷한 각도의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아예 시속 150km 상태에서 코너를 돌았다. 찢어질 듯한 타이어의 파열음과 브레이크·엔진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그러면서 차량이 코스를 튕겨나가는 것은 물론 아예 뒤집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몰려들었다. 실제 앞쪽에는 차량 둘이 서로 부딪혀 차량 앞부분이 산산조각 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어 비교적 완만한 커브와 직진 코스가 번갈아 있는 13번 구간에 진입했다. 여기서부터 피니시 라인까지는 영암호를 끼고 있어 달리면서 경치를 느낄 수 있다고 주최측은 밝혔지만 정작 속도와 두려움에 바깥 풍광을 감상할 겨를이 전혀 없었다. 레이스 차량이 많아 서킷 곳곳에서 정차하면서 5615㎞를 달리는데 걸린 시간은 3분38초38.
#전 세계 F1 드라이버는 단 24명. F1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F1, F2, F3, 레이싱카. 도대체 어떻게 구별을 하는거야.”
많은 사람들이 F1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지만 실제 어떻게 레이싱카를 구별하는 지, 어떻게 순위를 매기는지 등에 대해선 정작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모터스포츠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레이스와 랠리다. 레이스는 또 포뮬러 레이스와 스포츠카 레이스로 나뉜다. F1·F2·F3는 포뮬러 레이스에 속한다. 포뮬러 머신은 좁고 긴 차체에 밖으로 돌출된 바퀴가 달린 1인 경주용 차량이다. F1∼3은 배기량과 엔진에 따라 구별한다. F1은 그야말로 최고의 드라이버와 머신이 나선다. F2, F3는 F1보다 배기량과 엔진 수준이 낮다. 축구로 보면 1부 리그가 F1, 2·3부 리그가 F2·3쯤 된다. 이 중 F1은 배기량 2400㏄에 엔진 출력은 750마력, 최대 속도는 시속 350km다. 같은 배기량의 국산 중형차가 170마력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같은 배기량으로 마력 차이가 4배에 달하는 셈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이 집약돼 있기에 F1 차량을 흔히 자동차가 아닌 ‘머신’으로 부른다.
스포츠카 레이스는 2개 좌석 이상의 스포츠카가 나선다. 스포츠카 레이스의 대표적인 경기는 ‘르망 시리즈’가 있다. 레이싱카는 포뮬러 레이스와 스포츠카 레이스에 나서는 차량을 모두 통칭한다. 서킷이란 레이싱 전용 트랙과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종합 스피드 체험 공간이지만 일반적으로 레이싱 전용 트랙을 일컫는다.
최고의 성능을 가진 F1 머신은 아무나 탈 수 없다. F1 그랑프리를 주관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승인을 받아야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 올해 F1 엔트리 리스트에는 12개 팀이 있다. 각각의 팀에는 두 명의 드라이버가 나선다. 따라서 현재 전 세계에서 F1을 탈 수 있는 사람은 24명뿐이다. 국내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F1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41·독일)는 메르세데스 GP 페트로나스 소속이다. 한국에는 아직 F1 드라이버가 없다.
#경기는 어떻게 진행되나.
2010 F1 그랑프리 서킷은 총 19라운드다. 19개 국가에서 F1 그랑프리를 개최한다는 의미다. 가장 최근에 열린 F1 그랑프리는 이달 12일 끝난 이탈리아 그랑프리다. 이어 26일 싱가포르 대회를 시작으로 아시아 시리즈를 시작한다. 내달 10일에는 일본, 24일에는 영암에서 시리즈가 이어지며 11월 7일 브라질, 11월14일 아랍에미리트(UAE) 그랑프리로 이번 시즌이 끝난다.
F1 그랑프리 한 라운드에서는 3일간 경기가 펼쳐진다. 첫째 날은 연습주행, 둘째 날은 예선전이 열린다. 드라이버들은 세 번의 예선전을 펼쳐 랩타임(한 바퀴를 달리는 시간) 기록에 따라 결승 레이스의 그리드(스타트 위치)를 배정받는다. F1 머신은 한 서킷에서 55∼60바퀴(총 305㎞)를 돌게 되며 이 거리를 도는 시간을 재 각 라운드별 우승자를 결정한다. 보통 F1 드라이버는 한 바퀴를 1분30초 이내에 주파한다.
FIA는 한 해 성적을 바탕으로 두 가지 부문에서 공식 타이틀을 인정한다. 가장 득점이 많은 레이서에게 주어지는 드라이버즈 챔피언십과 최다 득점 레이싱팀을 가리는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이다. 드라이버즈 챔피언십을 결정하기 위해 FIA는 매 라운드마다 순위별로 1위(25점), 2위(18점), 3위(15점) 등 1∼10위에 포인트를 주고 이를 더해 최다 득점자에게 챔피언 타이틀을 준다. 동일 득점자가 나왔을 때는 우승 횟수가 많은 쪽이 챔피언이 된다. 컨스트럭터즈 타이틀은 소속팀 2명의 드라이버가 거둔 포인트를 합산해 결정한다. 14라운드까지 끝난 F1 그랑프리 서킷에서 드라이버 순위는 호주의 마크 웨버(34·레드불)가 187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영국의 루이스 해밀턴(25·맥라렌)이 182점으로 2위, 스페인의 페르난도 알론소(29·페라리)가 166점으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영암=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