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궂은 이상 기후, 특산물도 쓸어갔다
입력 2010-09-14 19:08
올해 한반도를 강타한 이상 기후로 ‘흑산도 홍어’와 ‘강원도 자연산 송이버섯’, ‘목포 세발낙지’ 등 지역 특산물들이 더욱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14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막걸리와 찰떡궁합인 흑산도 홍어는 최근 막걸리 열풍에 주가가 더욱 치솟고 있으나 어획량 부진으로 3개월새 값이 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 주말 8㎏짜리 상품 1마리 가격은 64만원을 호가, 5월말의 32만원보다 2배로 뛰었다. 흑산도 홍어는 월평균 3000여마리씩 잡혔으나 올해는 잦은 비와 높은 수온으로 자취를 감추면서 100여마리 수준으로 급감했다. 추석을 앞두고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지만 어민들은 홍어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13일 올들어 처음으로 실시된 강원도 자연산 송이 입찰에서 1㎏당 1등품은 85만4700원, 2등품은 45만4700원을 기록했다. 송이 채취 시기에 비가 자주 내린데다 낮 기온이 적정수준인 23∼24도보다 훨씬 높아 생산량이 줄면서 송이는 지난해처럼 품귀 현상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발낙지로 유명한 전남 목포는 지독한 ‘낙지 파동’을 겪고 있다. 한달 가까이 낙지가 자취를 감추면서 어민들이 울상을 짓는 것은 물론 낙지 전문식당들도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중·대 크기의 낙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몸길이 20㎝ 안팎의 작은 크기의 낙지가 20마리 1코당 10만∼12만원으로 올랐다. 그나마 물량도 충분치 않아 목포지역 낙지 전문점들은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했거나, 갈치찜 등 다른 메뉴를 내놓고 있다.
신안갯벌낙지 영어조합법인 관계자는 “잦은 비와 불볕 더위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낙지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종벌 괴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전국을 휩쓸면서 토종벌꿀 맛을 보기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올들어 전체 41만8000군의 39.9%인 16만6649군에서 토종벌이 폐사하거나 감염됐다. 1군은 벌통 하나로 대략 1만마리의 벌이 산다. 지난해 5월 강원도에서 처음 발병된 이병은 올해 충남·북과 경남을 거쳐 전남·북까지 확산됐다. 이미 강원도에서는 토종벌의 절반이 피해를 입었다. 생산량 급감으로 토종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것은 물론 벌이 사라진 지역은 예전처럼 자연 수정이 어려워져 과수 및 화훼 농가에 2차 피해가 우려된다.
황일송 기자, 춘천=정동원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