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내가 입학사정관이니 연락 주세요”

입력 2010-09-14 17:59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한 스피치 교육업체의 대표 김모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진원지다. “집 사람이 입학사정관이니 연세대 접수하면 연락주세요.” 글 내용을 보면 지인에게 대입에서 특혜를 약속하는 듯하다. 이 글이 공정사회 논란과 맞물리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세대도 김씨의 부인이 실제로 입학사정관으로 재직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향후 수시입학 등 모든 전형업무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부정한 청탁이 이뤄진 사실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파문이 한 개인의 과시욕에서 비롯된 돌발행동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스피치 업체의 비즈니스 측면에서 부인의 신분을 뻐기듯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인이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있었다는 점, 실제 트위터를 통해 글을 받은 사람의 자녀가 연세대에 지원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연세대는 그동안 김씨의 부인이 참여한 입학사정이 공정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우리 대학이 입학사정관이라는 제도를 운용할 도덕성과 능력을 갖추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학교 운영이 비교적 투명한 연세대가 이 정도라면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다른 대학의 사정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입학사정관 선도대학으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11억원을 지원받은 5개 대학마저 양성훈련과정을 부실하게 운영했으니 입학사정관 제도가 있는 집 자녀들의 입시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입학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09학년도 4500명에서 2011학년도에는 3만7600명으로 늘어났다. 정부도 이 제도를 사교육을 줄이는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룰의 확보 여부를 살핀 뒤 존폐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과정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제도로서 자격이 없다. 돈과 인맥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상대로 적용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새겨들을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