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국선언 유죄판결 겸허히 수용해야
입력 2010-09-14 17:56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가 13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및 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 간부 등 33명에게 벌금 70만∼300만원을 선고했다. 유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 중에는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정헌재 민공노 위원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오병욱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포함돼 있다. 시국선언을 주도했거나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4개 노조 위원장이 모두 유죄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판결문을 통해 교사와 공무원의 시국선언이 불법행위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시국선언은 특정 정당 또는 정치 세력과 연계해 정부를 압박하면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이고 이는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이 금하는 집단적 정치활동”이라고 밝혔다. 또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민주사회에 필수적인 적법 절차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질타하고, “학생의 학습권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들을 민주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판결은 또 판사 성향과 자질에 따라 양형이 달라질 수 있는 형사단독재판부가 아니라 재정합의부가 심리를 맡아 유죄 판결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부장판사급 판사를 포함한 단독판사 3명이 합의제로 판결하는 재정합의부에 이번 사건을 심리하도록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시국선언 사건에 대해서는 1심에서 유죄 11건, 무죄 2건이었고, 무죄 2건도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뀌었다.
피고인 측은 항소할 뜻을 밝혔지만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정치투쟁 일변도의 노선에서 벗어나는 것이 옳다. 또 노조 활동 범위를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원과 공무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활동으로 국한해야 한다. 특히 전교조는 학생들의 학력 신장과 적성 계발, 진로 상담 등 학습권을 존중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