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 이르면 주내 모의청문회… 李 대통령 막판 고심 거듭

입력 2010-09-14 18:31

이명박 대통령이 후임 국무총리 인선을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는 총리 후보군을 3, 4배수로 압축해 이 대통령에게 올린 상태지만 이 대통령은 낙점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4일 “대통령이 아직 결심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김황식 감사원장,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3, 4배수 후보군에 포함됐으며 ‘딸깍발이 판사’로 유명한 조무제 전 대법관도 여전히 후보군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성 총리 콘셉트로 검토됐으나 현재는 후보군에서 멀어지는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김 감사원장과 맹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결산심사 답변 과정에서 ‘국무총리 인선에 대한 검증서를 작성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결심이 서지 않아 자기검증서 작성 등 ‘공개 검증’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르면 이번주 후반 유력 총리 후보자 1명을 선정해 이른바 ‘모의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이 대통령의 결정이 늦어질 경우 다음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모의청문회에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 김명식 인사비서관 등이 참여해 후보자의 답변 태도와 약점 등을 점검하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 3명의 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모의청문회를 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 인사청문회 개선 방안이 여권 내부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책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13일 (청와대 측에서) ‘잘 검증된 사람을 국회로 보낼 테니 인사청문회를 두 가지로 나누자.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은 비공개로 하고, 자질 검증은 공개로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누구도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청와대 내부에는 “박 대표가 총리 인사나 남북관계 등에 너무 깊이 개입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불쾌해하는 시선도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적 부분은 공개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러한 인사청문회 개선 방안을 민주당에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