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긍휼

입력 2010-09-14 17:46


연이은 태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특히 ‘곤파스’는 최대 풍속 40㎧ 전후의 강풍으로 7명의 인명 피해와 이재민 그리고 시설물 파괴 등의 재난을 일으켰다. 지난달 파키스탄에서는 홍수로 1600여명이 사망하고 1만2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이티 인도네시아 등 지구 곳곳에서 큰 재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재난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어려움이 죄를 지어 하나님께 벌을 받은 것이라는 말을 들을 때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아시고 이렇게 말하셨다. “너희는 이 갈릴리 사람들이 이같이 해 받으므로 다른 모든 갈릴리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눅 13:2).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보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향해 “이 사람이나 그의 부모가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그에게서 드러나게 하시려는 것이다”고 말씀하셨다(요 9:3). 그러므로 자연 재해나 뜻하지 않은 고통을 겪는 사람을 향해 죄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큰 상처가 되며, 더욱이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는다.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는 것(롬 12:15)이 훨씬 더 성경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그들을 긍휼히 여기고 도울 방법을 찾는 게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다. 주님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고 하셨다.

세브란스병원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 의료진을 파견해 왔다. 반다아체의 쓰나미 그리고 아이티 지진 현장 등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가장 먼저 달려갔다. 최근 연세보건대학원에서 미국의 존스홉킨스대와 공동으로 국제재난대응 전문가 과정을 개설했다. 과거의 봉사활동으로는 마음만 앞섰지, 무의촌 진료 수준 이상의 효과적인 도움은 줄 수 없었다. 점증하는 세계적인 재난사고들에 제대로 대응하도록 조직적이며 장기적인 구호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은 의사 간호사 약사 NGO활동가 대학교수 등 사회 각층의 인사들이었고, 이런 분들이 국제재난대응에 관심을 갖는 모습에 큰 감동을 느꼈다.

한편 재난현장이나 선교지에서 환자를 돕는 일은 시간과 재정을 많이 필요로 한다. 순전한 마음과 긍휼로 도우려 하지만 그 선한 뜻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처음과 달리 고마움보다 더 도와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는 모습들도 보게 된다. 솔직히 인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주님은 바울 사도를 통해 말씀하셨다.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하나님의 때와 우리의 때는 다르다. 그리고 은혜를 쉽게 잊는 모습이 바로 주님을 향한 바로 우리의 태도이기도 하다. 그런 우리를 주님은 끝까지 사랑하셨고,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셨듯이 우리에게 주님의 양을 치고, 먹이라고 하신다(요 21:16∼17).

“…당신이 오늘 행한 선을, 사람들은 내일 잊어버리기가 쉽습니다. 그래도 선을 행하세요. 결국 이 모든 것이 당신과 그들과의 일이 아니고, 당신과 하나님 사이의 일이기 때문 아니겠어요.”(테레사 수녀의 ‘그래도 하세요(Anyway)’ 시 중에서)

이철 연세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