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北-美대화만 양자접촉 아니다”… 6자간 활발한 접촉 강조
입력 2010-09-14 17:55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서울에서 언급한 ‘양자 접촉’은 “미국만이 아니라 6자회담 어떤 당사국 간 접촉도 포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롤리 차관보의 언급은 원칙론적인 의미지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에 먼저 당사국들 간 활발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보즈워스 대표나 크롤리 차관보의 양자 접촉 언급이 눈길을 끄는 이유가 있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에 이은 보즈워스 대표의 방한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앞서 북한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가졌고, 한·미·일은 6자회담 관련 의견을 조율했다. 러시아도 관련국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모든 6자회담 당사국이 북·중 정상회담 이후 미묘하게 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이제 서로가 의중을 다 밝혔다고 보면 된다”며 “보즈워스 대표나 크롤리 차관보의 양자 접촉 언급은 ‘다음 수순’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활발한 양자 접촉’은 한·미가 중국의 예비회담 등 6자회담 재개 3단계 중재안을 거부하고, 새롭게 제시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한·미는 특히 남북 접촉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지난 9일 미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서 6자회담 재개와 관련 “어떤 진전이 있기 위해선 남북 간의 화해 조치가 있는 게 중요하다. 모든 관련 당사국에 이런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최근 조율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당국 간 접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접촉에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북·미 접촉과 다자간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크롤리 차관보가 그간의 브리핑에서 유엔 총회기간 관련국들의 의미 있는 접촉 가능성을 거론한 건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미가 제시한 활발한 양자 접촉 방안, 특히 선(先) 남북 접촉에 대해 북한이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받기로 한 것은 일단 긍정적 사전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의미 있는 행동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지리한 한·미 대(對) 북·중 대치상황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